뉴욕, 1년반만에 1만900선..다우 0.11%↑

by지영한 기자
2010.03.31 05:28:00

소비자신뢰지수·주택가격지수 `예상치 상회`
애플, 버라이존에 아이폰 공급 소식도 재료로 작용
그리스, 12년물 국채 입찰 수요 저조는 부담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뉴욕증시가 30일(현지시간) 주택가격 및 소비심리 지표 개선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애플이 버라이존에 아이폰을 공급할 것이라는 소식도 기술주에 매수세를 불러들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1.56포인트(0.11%) 상승한 1만907.4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3포인트(0.26%) 오른 2410.69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0.05포인트 소폭 상승한 1173.27을 각각 기록했다.

이중 다우 지수는 2008년 9월25일 1만1022.06으로 마감한 이후 18개월만에 1만900선에 안착했다.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미국의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1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가 예상과 반대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또 개장후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점도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이에 따라 다우 지수는 장중 한 때 44포인트 가량 오른 1만940.22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우 지수 1만1000선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지수가 전주에 경신한 52주 신고가인 1만 955.48에 근접하자 매물이 점증,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했다.

특히 그리스가 이날 실시한 12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지역 재정위기 우려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아이슬랜드의 자국통화 표시 채권 등급을 하향 조정한 점도 부담을 줬다.

이 처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이 고개를 들자 24개 은행들로 구성된 KBW 은행업종지수가 0.8% 하락하는 등 은행주들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또 그리스 우려감으로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선 반면 미국 달러화는 사흘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달러화와 `역 상관관계`에 놓여있는 원자재 상품가격이 압박을 받았고, 주식시장의 원자재 상품주의 모멘텀도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장중 한 때 약세를 넘나드는 혼조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제지표 개선과 애플의 아이폰 공급 확대 소식, 그리고 하루뒤 예정된 ADP 민간고용 지표 기대감 등으로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돼 주식시장은 장 후반 상승세로 전환했다. 



종목별로는 다우 지수 구성종목이자 미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버라이존이 2.5% 상승하며 지수 상승에 일조했다. 애플이 버라이존 가입자용 아이폰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애플의 주가도 강세로 마감했다.

애플과 버라이존은 이 같은 소문을 부인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오는 9월 CDMA망 사업자인 버라이존에게 CDMA방식의 아이폰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 같은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미국 2위의 이동통신 사업자 AT&T의 주가는 2% 이상 떨어졌다. GSM망 사업자인 AT&T는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아이폰 유통을 독점해왔다.

이 밖에 다우 종목인 3M은 모간 스탠리가 예상보다 이익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호재로 작용해 3.5% 상승했고, 부품 및 공구업체 다나허는 회사측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점이 호재로 작용해 4.5% 올랐다.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3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전월 46.4(수정치)에서 52.5로 상승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인 50~51보다 높은 수치이다. 향후 고용시장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묻는 현재지수(Present Situation Index)는 21.7에서 26.0으로 상승했다. 또 향후 6개월동안의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지수(Expectations Index)는 전월 62.9에서 70.2로 상승했다.

지수는 작년 2월 사상 최저치인 25.3까지 떨어진 이후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꾸준히 상승했다. 다만, 미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수가 좀 더 상승할 필요가 있다. 통상 90을 넘어야 경제가 견조한 것으로 평가되고, 100을 넘어야 강한 성장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도 하락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승했고,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1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은 전월비 0.3% 상승했다. 당초 0.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고, 미국의 대도시 집값은 전월비 증가세가 8개월 연속 이어졌다.

1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0.7% 하락했지만, 이 같은 하락폭은 최근 2년래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주택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감은 시장의 상승을 제약했다. 그리스 정부는 전날 7년만기 국채를 발행해 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한데 이어, 이날 12년 만기 국채를 매각해 3억9000만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그러나 12년 만기 입찰 수요가 매우 저조했다. 그리스 정부는 12년물 발행을 통해 10억유로를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자금 조달 규모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억9000만유로(5억25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그리스가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위기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었다. 이날 그리스 증시 역시 이 같은 우려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아이슬랜드의 자국통화 표시 장기 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자국통화 표시 단기 채권 신용등급을 A-2에서 A-3으로 각각 하향 조정한 점도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감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