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향닷컴 기자
2008.05.10 10:44:34
지지율 25%대 곤두박질 여권 총체적 위기
"영어·강부자·쇠고기…두달이 2년 같아"
[경향닷컴 제공] 여권이 총체적 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지난 7일 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5.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적 평가는 63.0%였다. 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26.3%였다.
이처럼 국민이 등을 돌린 이유로 영어몰입교육 논란, ‘강부자 내각·청와대’, 당내 갈등, 당·정·청 엇박자,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한반도 대운하 추진 및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경제’ 등이 꼽히지만 바탕에는 여론에 아랑곳 않고 독주하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쇄신 대상 0순위’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초인 3월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은 53.1%였다. 그러나 불과 두 달이 못된 지난 7일에는 25.4%로 떨어졌다. 한나라당 지지율 역시 54.0%였던 것이 26.3%로 급전직하했다.
반토막이 난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자 최대 원군인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및 30·40대 지지자의 이탈에서 비롯됐다.
7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서울 27.5%, 경기·인천 28.2%였다. 20·30·40대의 지지율은 각각 22.7%, 8.6%, 23.4%로 평균에 못 미쳤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 연령대에서 72.2%, 80.3%, 65.6%로 나왔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었던 영남마저 뒤를 받쳐주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 등 당내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산·경남·울산에서 28.2%, 대구·경북은 28.5%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지율 폭락의 최대 원인인 쇠고기 문제만 해도 정부는 촛불시위한다니까 법적으로 대처하고, 민주노동당을 불법시위단체로 지정하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며 “정부의 대응이 국민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게 아니라 덧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새 정부와 당이 살려면 결국 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은 ‘손해 아니면 이익’으로 모든 사안을 바라보는 기업에 오래 있었기 때문인지 현안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우병 우려 주장 세력=FTA 반대자’라고 단순화한 것은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어떤 사안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함의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다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이 잘못되고 결과도 좋지 않다”며 “곳곳에서 국정 실패가 겹치다보니 지역구민들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 됐는데 2년 된 것 같다’며 새 정부에 벌써 피곤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대통령만 바쁜 것 같다”며 “청와대와 총리, 당과 정부의 역할이 다 있는데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를 맨 앞에 세우고, 결과를 중시하며, ‘내가 옳으니 따르다’는 식의 CEO 리더십이 대선 경선과 본선처럼 누군가와 ‘죽기 아니면 살기’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유효했지만, 지금은 처한 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의 정서와 생각을 읽고 때로 끌고가기보다는 따르는 게 국정 운영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