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넙치, 물 없이 태평양 건너

by조선일보 기자
2007.07.14 10:22:03

24시간 冬眠기술로 美까지 해양硏 김완수박사팀 개발

[조선일보 제공] 제주도산 넙치(광어)가 잠든 채로 물 없이 태평양을 건넜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특성연구사업단 김완수(47)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동면(冬眠·겨울잠)기술을 활용한 성과다. 연구팀은 지난 4~8일 두 차례에 걸쳐 2㎏짜리 제주도산 넙치 40마리를 인공으로 동면시켜 운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동면시킨 넙치를 물 없이 포장, 경기도 안산의 해양연구원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의 유통업체까지 20~23시간 동안 산 채로 운송했다. 이번 시범 운송에서 40마리 중 32마리가 생존했다.

평소 넙치는 아가미와 피부 양쪽에서 수중의 산소를 받아들인다. 넙치는 온도가 섭씨 5도 이하로 낮아지면 호흡속도가 느려지면서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기능 외에 모든 활동을 멈추게 된다. 인공 동면 상태에 들어가면 물이 없는 상태에서 피부호흡은 멈추고 아가미로만 공기를 호흡해 최장 30시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완수 박사는 13일 “넙치가 어떤 온도에서 동면하고 어떤 온도에서 깨어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동면 상태에 빠지는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현지에 도착한 후 넙치를 평상시 활동 온도의 물에 넣었더니 서서히 동면에서 깨어나 지느러미 상태와 색상, 호흡 등 모든 면에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인공동면 방법을 이용하면 활어 무게보다 최소 1.5배 이상의 바닷물이 필요한 기존 운송 방식과 달리 물이 필요 없어 해외 수출시 항공 운송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돔, 참치 등 다른 고급 어종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인공동면 방식은 아가미 호흡이 중요해 넙치처럼 옆으로 누워 아가미가 윗면에 몰려있는 어류에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난 1997년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연구팀을 구성, 이번에 발표된 방식과 비슷하게 수온을 낮춰 넙치를 동면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해 해양수산부에 연구보고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연구는 실험실에서 진행됐지만, 물이 없이 36시간 동안 살아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