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브레이크 걸리나

by김경근 기자
2006.08.05 14:00:00

외국인, 최근 석달새 코스피 시장서 10조원 매도
미금리가 변수..FOMC의 금리동결시 외국인 `컴백` 전망
"한국증시, 외국인 매도세 버틸 체력 갖췄다" 의견도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촉발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 석달 동안 9조8641억원(유가증권시장 기준)을 순매도했다. 지난 5월 3조5396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6월에 2조6626억원, 7월엔 1조5816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이번달 들어서도 4669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이처럼 한국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치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조성준 연구위원은 5일 "세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기민감도가 큰 아시아 주식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침체와 중동분쟁을 비롯한 불안정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유가를 비롯한 세계 환경이 수출 위주의 국가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의 이경수 연구위원은 "지난해에 비해 글로벌 유동성이 많이 훼손돼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증가했다"며 "특히 한국과 대만쪽에서 많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성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 성장성에선 인도와 중국보다 떨어지고, 안정성에선 일본에 밀리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 투자에 의문이 생겨 주식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행진을 막기 위해선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최창호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외국인들이 추세적으로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세가 바뀌려면 전환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의 이경수 연구위원은 "일단은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전제하고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추가적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살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해결되야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돌아올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분수령은 오는 8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리가 동결되면 경기가 다시 활기를 띄게 돼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성준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가 동결되면 글로벌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고 경기회복 기대로 한국에 자금이 들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창호 연구위원도 "지금까지 외국인은 매도와 매수가 엇갈리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팔아왔다"며 "이런 추세가 바뀌려면 FOMC가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더이상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경우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이 연일 매도로 뭇매를 퍼붓고 있지만 한국 시장이 꿋꿋히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3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외국인이 10조원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지만 코스피 지수는 10%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뿐"이라며 "이제는 외국인의 눈치를 살피던 과거와 달리 하루에 1000억~2000억원이 넘는 매도에도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한국 시장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추면 외국인이 다시 들어오겠지만, 외국인이 오지 않는다해도 한국 증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