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미영 기자
2002.06.16 15:16:46
[edaily 양미영기자] 금융기관의 개인워크아웃제도가 카드사에 이어 은행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조흥 서울 한미 기업 국민 등 5개은행이 개인워크아웃제를 시행키로 한데 이어 외환 하나 신한은행도 현재 도입을 검토중이이다.
이에 따라 카드연체 등으로 고민중인 신용불량자들은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서는 한시적으로 워크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소극적이고, 실효성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일단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남은 과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 왜 도입했나=`워크아웃`이란 단어는 부실기업들의 정상화 작업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용어다. 현재 워크아웃중인 부실기업들은 잘 짜여진 스킴에 의해 채무를 갚아나가는 한편 기업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성공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금융기관에게는 채무재조정을 감수하는 대신 채권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개인 워크아웃제도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부는 최근 신용카드 사용과 가계대출 증가에 따라 신용불량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제동을 걸기 위해 워크아웃 제도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신용불량자수는 201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만명이 늘어난 숫자다.
◇ 어떤 내용을 담나=각 은행들과 카드사들이 내놓은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보면 이자감면과 대환대출이 큰 줄기다. 대환대출이란 연체금을 대출로 바꿔주는 것이다.
일례로 조흥은행은 2개월 이상 연체액이 5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보증인없이 연체금을 대출로 전환해준다. 또 6개월 이상 연체자가 연체금을 갚으면 연체이자와 대금의 1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3개월 이상 연체자가 총채권액의 10%만 갚으면 무보증으로 대환대출을 해준다.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단기연체자가 총채권액의 30%를 상환하면 신용회복이 가능토록 했다. 3개월 이상 연체자가 원금을 전액 상환할 경우 연체이자 전액을 면제해 준다.
LG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도 연체금을 갚는 회원에게 연체이자를 감면해 주고 기존 대환대출 이자율을 더 낮추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제한적인 것도 특징이다.
◇실효성 놓고 의견 분분=개인 워크아웃제 도입에 대해 금융계는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들이 내놓는 안을 놓고 과연 신용불량자가 근본적으로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큰 줄기중 하나인 대환대출은 결국 다른 형태의 `채무`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빚으로 빚갚기`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은행이나 카드사는 당장 표면적으로 신용불량자와 악성채무가 줄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다른 채무를 키우는 꼴이 된다.
이자감면도 원금상환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들의 숨통을 단기간 트게 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개인 워크아웃제 도입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일부 채무자들에게는 채무를 연장할 수 있는 모럴해저드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셈"이라며 "최근 금융기관이 내놓은 일괄적인 기준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환능력이 있지만 일시적인 현금부족으로 연체를 하는 등 부득이한 상황에 대해서만 차등적용하되 우선 대출전 신용상태와 상환능력 심사가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습적인 대환대출은 결국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