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한다" 대선후보 낙선 발언한 목사 벌금형 확정

by성주원 기자
2024.09.29 09:00:30

대선 두달전 예배 중 특정 후보 낙선 도모 발언
법원 "공직선거법상 금지…균형있는 제한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교회 예배 중 특정 대선 후보의 낙선을 도모하는 발언을 한 광주 안디옥교회 박영우 목사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일주일 전인 지난 2022년 3월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방인권 기자)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목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박 목사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박 목사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2개월 앞둔 시점에 교회 예배 중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 “호남 사람들 정신 차리세요. 제발 여기서 돌아서야 됩니다”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박 목사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목사가 특정 정당과 후보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 후보의 낙선을 도모하는 발언을 했고, 이는 객관적으로 선거운동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박 목사 측은 재판과정에서 “단순히 정책을 비판한 것일 뿐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목사의 발언 시기와 내용, 그리고 그가 가진 종교 지도자로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는 충실하게 보장돼야 하지만, 공직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실시하는 것 또한 헌법이 강하게 요구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판단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수긍하고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