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나스닥 2.4%↓ '조정장 진입'[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08.03 06:27:43

실업률 4.3%까지 치솟아…‘샴의 법칙’ 발동
JP모건·시티 “올해 125bp 인하 전망”
기술주 폭락…아마존 8.78%↓인텔 26%↓
달러 4개월 만에 최저치…국제유가 3% 이상↓
10년물 금리 3.8% 하회…30년 모기지 6.4%로 뚝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치솟으면서 급격히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경기가 침체하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주식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모두 급락했고, 공포지수도 치솟았다.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1% 내린 3만9737.26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도 1.84% 떨어진 5346.56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2.43% 빠진 1만6776.16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고점(7월10일 1만8647.45) 대비 10% 이상 빠지며 조정장에 진입했다. S&P500과 다우지수도 고점 대비 각각 6%, 4% 빠졌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3.52% 빠진 2109.31에 거래를 마쳤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VIX지수는 25.82% 급등한 23.39까지 치솟았다. 1여년 만에 최고치다.

국채금리도 급락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28.1bp(1bp=0.01%포인트) 나 빠진 3.882%까지 뚝 떨어졌고,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17.8bp나 떨어진 3.799%까지 내려갔다.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모기지뉴스 데일리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고정) 평균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2bp(1bp=0.01%포인트) 하락한 6.4%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5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5.89%로, 지난해 5월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실업률 추이 (그래픽=트레이딩이코노믹스)
시장이 급변한 것은 미국의 고용이 악화됐다는 신호가 강하게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4.3%(4.25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4.1%)보다 0.2%포인트 올랐고, 시장 전망치(4.1%)도 웃돌았다. 실업률은 4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3개월 실업률 평균은 12개월 최저치보다 0.53%포인트 오른 4.13%까지 상승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제가 불황에 빠진다는 이른바 ‘샴의 법칙(Sahm‘s Rule)’에 들어맞게 됐다. 다만 소수점 세자리까지 고려하면 0.493%포인트 올라간 만큼 샴의 법칙 발동에는 아직 미치진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건 증가에 그쳤다. 월가 전망치 17만5000건을 비롯해 12개월간 평균치 21만5000건을 훨씬 못 미쳤다.

미국의 고용이 빠르게 냉각하고 있다는 소식에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이 올해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베팅하고 나섰다.

씨티그룹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 기존 전망을 수정하고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와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9월 회의와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각각 50bp(1bp=0.01%포인트) 내리고, 12월 회의에서도 연이어 25bp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앞선 전망에서 연준이 9월부터 12월까지 3회에 걸쳐 매번 25bp씩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는데 이보다 인하폭이 커진 것이다.

시티그룹은 이어 내년 중반까지 연준이 매 회의마다 25bp씩 내려 정책금리가 3~3.25%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 역시 금리인하폭을 대폭 상향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로리는 연준이 9월과 11월 0.5%p씩 인하하고 이후 모든 회의에서 0.25%p씩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기준금리 전망도 대폭 낮춰지고 있다. 9월 연준이 50bp 이상 내릴 확률은 72.5%까지 치솟았따. 11월 금리가 현재 보다 100bp 이하로 떨어질 확률도 47.5%에 달한다. 12월 금리가 현재보다 125bp 내릴 확률은 46.4%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준은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7월 고용지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달의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다음 회의에 앞더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업률이 중립 금리보다 더 높아진다면, 연준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명시한 책무(mandate)의 압박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굴스비는 이날 시리어스XM과 별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고 고용시장이 완전고용으로 간주하는 수준 이상으로 악화한다면 “제 생각에 연준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그간 인공지능(AI) 기대감에 급등했던 기술주도 대거 폭락했다. 아마존닷컴은 무려 8.78% 빠졌다. 전날 아마존이 AI에 대규모 자본지출에 나서기로 한 게 더 악재로 작용했다. 아마존은 올해 상반기 동안 AWS 클라우드 유닛을 위한 데이터 센터와 같은 자본 지출에 350억달러를 썼으며, 하반기에는 그 금액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빅테크들이 AI에 대한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지만, 충분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도 각각 4.24%, 1.78% 떨어졌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모두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2.4%, 2.07% 떨어졌다. 매그니피센트7 중 애플만 0.69% 올랐다. 그간 침체를 보였던 아이폰 매출이 393억달러로 0.9% 감소했지만 전망치(388억1000만달러)를 넘어선 게 위안이 됐다.

인텔 역시 부진한 실적과 정리해고를 발표한 이후 26.06%나 급락했다. 1982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이다.

글렌뷰 트러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빌 스톤은 “마치 벽에 부딪힌 것과 같은 놀라운 상황”이라며 “빅테크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고,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이같은 상승세가 영원히 지속하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술주만 소유할 게 아니라 경기방어주에 대한 노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달러인덱스 6개월 추이 (그래픽=마켓워치)
연준이 ‘엘레베이터’식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가치도 뚝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1.15% 떨어진 103.22에 마감했다.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은 무려 1.88% 급락하며 146.55엔까지 하락했다.

경기침체에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원물인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79달러(3.66%) 급락한 배럴당 73.5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도 2.71달러(3.41%) 하락한 배럴당 76.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판무레 리베럼의 애널리스트 애슐리 켈티는 “주요국의 경제 성장이 약해지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가 억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런던FTSE100지수는 1.31%, 독일 DAX지수는 2.33%, 프랑스 CAC40지수도 1.61% 급락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Stoxx600지수도 2.7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