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14 05:00:00
전북 부안에서 그제 발생한 지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보를 울렸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켰을 뿐 아니라 발생 지점과 규모 면에서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국가 지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웠다. 이번 지진의 교훈을 잘 헤아려 받아들이고 충분한 대비에 속히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대규모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4.8로 2017년 포항 지진(5.4) 이후 가장 크다. 올 들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유리창이 깨지거나 벽에 금이 가는 등 시설 피해가 어제까지 300건가량 신고됐다. 지진 규모가 5.0 미만이었기에 망정이지 부실시공 건물을 손상시킬 수 있는 규모 5.0 이상이었다면 큰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번 지진이 1978년 기상청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전북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북은 과거 지진이 비교적 드물게 낮은 규모로 발생하던 지역인데 이번엔 고강도 지진이 발생했다.
고강도 지진은 그동안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이번에 한반도 서부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그만큼 지진 발생 규모와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지역별 지진 발생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데 필요한 지하 단층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적절한 대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16년에야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전국 단층 조사에 착수했다. 동남권 단층 조사가 먼저 시작돼 2021년 마무리됐고, 호남권과 제주도 단층 조사는 2032년 이후로 밀렸다.
지진 대비책은 지역별 특성과 위험도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함을 고려하면 조사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전국 지질 지도가 확보돼야 지진 관련 재정 투입의 지역별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과적인 대비책을 수립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체계를 재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내진설계를 보다 확대·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적인 미래 위험 추정에 근거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