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09 05:00:00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그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총파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부 대형병원 전공의들도 집단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은 현재 정원의 65.4%로 다소 파격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현행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9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반면 의료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이 기간에 452만명(통계청 중위추계 기준)에서 943만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재도 의사가 5000명 정도 부족하며 의사들의 지방 근무 기피로 군 단위 이하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지역 주민들은 아픈 몸으로 멀리 떨어진 도시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부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1520만명을 넘어 2006년(452만명) 대비 3.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사 수급 전망에 따르면 의사 부족 규모가 2035년에는 1만 5000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기관에 따라서는 부족 인원이 2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인구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나라에서 19년간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기 급급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대해 의사들의 대의 기구인 의협이 의견을 낼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총파업 운운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협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환자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이익 투쟁을 벌이는 의사단체의 행태를 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 참에 선진국들처럼 의료수급 추계 기구를 만들어 의료수요 변화에 맞게 5~10년 단위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