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속 금리 동결 무게…예상 경로 웃돈 물가는 어쩌나

by하상렬 기자
2023.11.30 05:00:00

30일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 우세
3% 후반대로 뛴 물가 압력에 가계부채 등 부담
물가 걱정한 금통위원들…소수의견 여부 주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그간 금리를 동결했던 근거였던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될 상황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된다.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전문가들은 금통위에서 금리가 또다시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 종사자 100명(51개 기관 소속)을 설문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96%가 동결을 예측했다.

‘매파적(긴축 선호)’ 메시지가 강조된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다시 3% 후반대로 뛰어오른 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는 부담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6~7월 2%대로 내렸지만, 8~10월 다시 3%대로 오르며 둔화세가 꺾였다. 물가 상승률은 △7월 2.3%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물가 흐름이 기존 예상 경로를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는 금통위원들의 물가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물가 상방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한 긴축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강화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추가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 1명은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예상했다.

가계부채 누증도 금통위의 고민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1086조6000억원으로 지난 9월 대비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제한, 특례보금리자리론 축소 등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강화 조치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수 있겠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등을 상대로 이자 부담을 낮추라고 압박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할 위험도 커졌다.



연준의 추가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전망은 금통위에겐 희소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1월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은 100%, 3월엔 25bp(1bp=0.01%포인트) 내릴 확률을 42%로 보고 있다. 연준에서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발언이 나왔다. 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경기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정책 목표인) 2%대로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됐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29일)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93.7원)보다 4.1원 내린 1289.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금통위 본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19일(1349.6원)보다 60원이나 낮아진 것이다.

우리 경제가 회복 경로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되는 점도 금리 정책에서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맥을 못 추던 수출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37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우리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줄곧 감소했으나 지난 10월 5.1%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은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된다. 성장률은 유지하되, 물가 전망치는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3%, 2.1%(중간값)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한은이 제시했던 전망치(1.4%, 2.2%)를 밑돌았지만, 한은 전망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4%, 2.3%로 잡았다.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기조 종료, 물가 상승세 둔화,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3.6%, 2.5%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한은 전망치(3.5%, 2.4%)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소비자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가 물가 전망의 상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 전망치를 8월 전망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