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의결권’ 손본다…이복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by이용성 기자
2023.02.23 06:00:20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키로
‘유명무실’ 가이드라인 비판 많아
구속력 없고, 주주가치 훼손 우려
이복현 “실효성 있는 지침 필요”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 라인’을 수술대에 올렸다.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구속력이 없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는 취지도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주주총회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투자기관의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는 22일 오후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결권 행사 시 실효성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자산운용사의 본연의 역할을 당부하며 “자산운용사가 스스로 깊은 고민을 통해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모색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 시 실효성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또한, 해외 선진 사례 등을 참고해 ESG 펀드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그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주주총회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 강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자산 규모는 △2018년 1019조원 △2020년 1198조원 △2022년 1398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자산운용자산 규모는 계속 성장해 왔지만, 정작 투자자들 불만은 컸다.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넣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의사를 제대로 개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이 2008년에 자산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만들었지만, 구속력이 없어 ‘사문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041510)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다.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곽준호 당시 케이씨에프테크놀러지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로 추천했고 소액주주들 대부분이 이에 동의했지만,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산운용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2021년 10월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에 한해 기관이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도 의결권 행사 선택권을 주는 데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자산운용사들로 하여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신뢰 위기와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산운용 산업은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며 “새로운 사모펀드 규율체계도 시장에 연착륙했다고 진단하고,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이슈 중 하나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적정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 운용사들이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조금 더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 깊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듣고 논의를 공론화시켜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도 “믿음직한 자산운용산업이 되기 위해 자산운용사의 ‘책임 있는 투자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며 “투자자의 신뢰 확보를 위해 책임운용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올바른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