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담임 기피’ 여전…“수당 낮은데 교권침해까지”

by김형환 기자
2023.02.09 06:00:00

중·고교 담임 중 기간제 27.4%…10년 새 2배 증가
담임수당 月13만원…쥐꼬리 수당인데 업무부담↑
"학생 지도하다 아동학대 신고 당할라" 기피 심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한 달에 13만원 받고 담임을 하고 싶겠어요?”

지난해 11월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한 중학교의 박모(34) 교사는 담임을 왜 기피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과도한 업무와 부족한 수당,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담임 맡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 업무를 떠넘기는 학교도 늘고 있다.

실제로 전국 중·고등학교 담임 교사 4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중·고교 담임 교사 11만295명 중 기간제 교사는 27.4%(3만173명)를 차지했다. 담임 교사 중 기간제 교원 비율이 15.1%였던 10년 전(2013학년) 통계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교사들은 담임교사의 업무에 비해 수당이 너무 적다고 토로한다. 담임을 맡으면 규정(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월 13만원의 보직수당을 받는데 2016년부터 올해까지 8년째 동결 상태다. 세종시 초등교사 이모(38)씨는 “수당은 쥐꼬리인데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등 업무 부담은 크다”며 “수당이 최소 20만원은 돼야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감들도 담임 수당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로 구성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총회를 열고 담임교사 수당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요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교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오랜 기간 동결돼 교원의 사기 저하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교권침해 증가도 담임 기피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1596건으로 집계됐다. 향후 2학기 통계까지 취합할 경우 3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662건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군산의 한 중학교에선 3학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유초중고 교권 침해 건수. (그래픽=김일환 기자)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담임 맡기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경기도 중학교의 이모(28)교사는 “담임교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생활지도”라며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더라도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데 어떤 교사가 담임을 맡고 싶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국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7%(3852명)가 아동학대 신고·민원을 직접 당했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교사들의 담임 기피는 교육력 저하로 이어지는 중대한 문제”라며 “교권보호, 업무 경감, 처우 개선 등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