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시 끝나간다…불황에 큰 돈 안겨줄 자산

by지영의 기자
2022.12.23 07:00:00

[불황 먹고 크는 NPL 시장]
코로나19 대응 정책자금에 가려졌던 부실
대출유예 끝나면 줄줄이 쏟아질 듯
대출 못 갚아 나올 우량 자산 받아낼 준비
부동산 개발, PF 관련 매물 주목

[이데일리 지영의 김대연 기자] 불황을 먹고 크는 부실채권(NPL)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NPL이란 차주가 돈을 빌렸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넘게 연체한 채권을 말한다. NPL 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기업들과 부실화된 채권을 소화하는 기능을 했다. 고강도 급리인상 속도를 버텨내지 못하고 흔들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데다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부실화 우려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내년 초부터 다시 NPL 시장으로 흘러오는 대출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85개사가 부실징후 기업(C·D등급)으로 선정됐다. 전년보다 25개사가 증가한 수치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기업이 가장 많이 늘었다. D등급 기업은 101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0개사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하는 C등급은 5개사 증가한 84개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정책자금을 받아 가려졌던 부실기업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원 조치가 쏟아지면서 팬데믹 기간에 오히려 생명 연장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됐던 것. 덕분에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38%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잠재 부실이 반영되지 않은 착시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중 고금리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끝나고 나면 NPL 비율도 급등할 것이라는 평가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책지원 덕에 연체가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지금 나오는 연체 등 부실 관련 지표는 사실상 가짜”라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금리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고 수익성 안 좋은 기업들부터 문제가 커지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충격을 우려해 지원 정책 연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잠재 부실이 더 커지고 이연되는 부담이 늘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도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지표는 지난해 3.52%에서 올해 3.75%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실위험 지표는 기업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 등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을 의미한다. 부실위험기업 비중도 지난해 12.8%에서 올해 13.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요주의 영역으로 꼽힌다. PF에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NPL 업체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 PF와 개발과 관련된 NPL이 상당히 나올 수 있다”며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 부동산 담보대출했던 물량도 나올텐데 이쪽 분야 NPL이 가장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증가와 연체율 상승은 위기지만 NPL 투자를 대비하는 이들에게는 ‘대목’이 돌아온 셈이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관련 시장 경험이 누적됐고, 전문 투자사들도 상당수 늘어난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NPL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물량을 소화할 투자자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 현재 총 5곳의 NPL 전문 투자사가 있다. 연합자산관리와 대신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하나에프앤아이 등이다.

NPL 투자사 관계자는 “이제 부실채권 관련 투자사 풀은 크게 늘어났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 테지만 경험이 쌓인 전업사들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며 “올해 나온 물량이 적긴 하지만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장이 열리면서 골라 매입할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업투자사 외에도 NPL을 수익원으로 삼아보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NPL 증가 전망에 따라 관련 투자 펀드를 조성하거나 내부에 전담팀 신설을 검토하는 분위기도 오르는 추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년에 평균 10%대 이상의 수익이 보장될 만한 투자처는 부실채권”이라며 “이미 NPL 매입을 대비하는 펀드들이 여럿 조성된 상태고, 내년 초에 관련해 출자를 희망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펀드 조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