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서 온 편지]개방적인 중동국가 '바레인'

by이유림 기자
2022.07.29 06:30:00

속도와 개방을 추구하는 중동국가 바레인
''최초'' 기록 많아…걸프 지역 최초 공립 교육 시작
에너지 중요성 커지며 국제적 관심도 높아져
걸프 지역서 상대적 관심 적었지만…재발견할 때

[정해관 주바레인 대사]중동은 이슬람, 석유, 엄격한 생활양식 등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곤 하나, 속도, 선진화, 개방을 추구하는 중동국가가 있다. 바로 바레인이다.

바레인은 약 5천 년 전부터 인더스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 간의 교역로에서 다양한 사람과 종교와 문물이 만나는 장소였다. 그래서 개방성과 수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서기 600년대에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오랜 전통이 반영되어 바레인은 걸프 지역에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문물을 도입하는 데 앞서 왔다. 최초를 기록한 사례가 많다. 1919년에 걸프 지역 최초로 공립교육을 시작하고 근대식 경찰제도와 지방행정을 시행했다. 1932년 유전개발도 걸프 지역 최초였다. 걸프 에어(Gulf Air)를 통한 항공 운항 및 역외 금융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도 바레인이 선도한 분야이다. 최근에는 석유 경제 탈피를 위한 경제 다변화 전략 2030 최초 시행, F1 그랑프리 대회 최초 유치 등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바레인의 속도 감각이 더욱 발휘된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17일에 피해 대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규모의 경제지원책을 시행한다. 민간부문 근로자 급여 보상, 전기수도비용 지원, 지방세 및 토지임대료 면제 등이다. 이 지원책은 3개월 단위로 각 부문별로 필요에 따라 연장되었다.

전 국민 백신 정책도 조기에 추진되었다. 2020년 11월과 12월에 시노팜과 화이자 백신을 긴급 승인한 후, 2020년 12월 13일부터 바레인 국민 및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무료 백신접종을 개시하여 2021년 상반기까지 목표치 대비 85%(전 국민 71%)의 접종률을 기록한다. 2021년 상반기 중에 코로나 치료제인 소트로비맙과 Regn-Cov2도 긴급 승인하여 사용하게 된다.



코로나 팬더믹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2021년 12월에는 경제회복계획을 발표한다. 내용은 인프라 부문 300억 불 투자, 금융·물류·IT 등 6대 산업 활성화,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내용으로 한다.

바레인의 속도 감각은 우리나라와의 관계 발전에도 적용될 태세이다. 바레인은 한국이 미국, 일본, 유럽에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선진국가가 된 것을 경이롭게 본다. 이전에는 건설 및 에너지 분야의 파트너 정도로 보았으나, 이제는 문화, 보건, 교육, 코로나 대응 등 많은 면에서 배워야 할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어느 분야이든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걸프 지역연합(GCC) 간의 FTA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걸프 지역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바레인은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중동 건설 붐 시기에 중동진출의 허브 역할을 했으며, 걸프 지역 최초의 대한항공 직항도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 개설되었다. 이후 양국 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바레인이 걸프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석유생산이 적고, 인구 150만의 작은 시장이라서 우리나라와의 협력이 속도감 있게 진전되지는 못하였다. 이제 걸프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개방적이고 속도 지향적인 바레인의 장점을 재발견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장점을 기초로 바레인을 걸프 지역, 나아가서는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시켜가는 시험 무대 혹은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와 바레인이 공유하는 속도감 있는 발전과 협력이 현실화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