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는 인플레…방어주 담아볼까
by김응태 기자
2022.07.15 06:17:00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점 지연
물가·금리 상승에 경기침체 우려 가중
음식료·손보·통신 등 인플레 방어주 대안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를 넘어서면서 ‘인플레 방어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점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전문가들은 가격 전가력이 높은 음식료나, 인플레이션에 둔감한 보험업종 등이 견조한 주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 달간 이들 업종의 주가지수도 코스피 하락률 대비 방어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9.1%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였던 8.8% 수준을 상회했다. 인플레이션 정점에 이를 것이란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미국의 CPI 지표를 보면 4월 8.3%→5월 8.6%→6월 9.1% 등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달 발표되는 7월 지표 전망도 어둡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거 비용을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7월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이 지속되자 증권가에선 당분간 인플레 방어주에 관심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료 업종이다. 음식료 업종은 필수소비재인 데다 가격 전가력이 큰 업체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최근 글로벌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동남아시아에서 쌀 수확량이 늘고, 미국 및 호주의 밀 수확 환경이 개선되면서 원가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음식료 업종은 필수소비재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어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최근 곡물 가격 하락세는 음식료 업종의 하방 지지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종목별로는 CJ제일제당(097950)이 선호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높아 판가 결정 시 우위를 점하는데 유리하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가 상승과 기저 부담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의 식품과 바이오는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식품은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G(033780)도 인플레이션 부담이 적은 종목으로 평가된다. 담배 사업의 경우 수입 원재료 수급 비중이 작고 곡물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중동에서 담배 수요가 회복되고, 중남미 신시장과 인도네시아 법인이 고성장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보험업종도 방어주로 꼽힌다. 보험업 특성상 인플레 국면에서 보험료 지출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투자 수익률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에선 손해보험주를 최선호 업종으로 제시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재무 상태가 개선되고 경상손익이 증가할 것이란 판단이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 축소에 따른 장기위험손해율도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외에 통신주 역시 하반기 가입자 증가로 사업적 안정성이 높고, 고배당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타격이 제한적인 업종으로 분류된다.
실제 이들 업종의 경우 최근 한 달간(6월14일~7월14일) 코스피 하락률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지수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322.32로 마감해 한 달 전보다 6.8% 하락했다. 반면 음식료품 지수는 이날 3767.17을 기록해 전월 대비 2.2% 올랐다. 같은 기간 보험주와 통신주도 각각 5.2% 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는 증시 추세 전환이 어려운 구간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방어주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금리와 물가 방향이 상방인 점을 고려하면 방어주 중 필수소비재, 통신, 보험, 유틸리티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