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위해 연인에 전화·거처 부탁…범인도피교사죄 무죄 확정

by한광범 기자
2021.11.21 09:00:00

대법 "도피 위해 도움 받은 경우 교사죄 성립 안돼"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형집행정지를 받은 후 도피생활을 위해 연인에게 휴대전화 개통과 주거지 마련 등을 요구한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단순히 자신의 도피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경우엔 범인도피교사로 볼 수 없다는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절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A씨는 2018년 10월 지병 등을 이유로 1개월 간의 형집행정지 허가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그는 형집행정지 연장신청을 했다 형집행정지 종료 3일 전 불허통보를 받자 잠적했다.

A씨는 당시 연인관계였던 B씨에게 사용할 B씨 가족 명의 휴대전화와 거주지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 도움을 받았다. 결국 그는 도주 40여일만에 B씨가 마련해둔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B씨에 대해선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각각 기소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자신의 도피와 관련해 부탁을 한 A씨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에 대해 “도피하도록 해줄 것을 교사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를 제외하고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도피행위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의 도피 지원은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지 않은 통상적 도피 유형”이라며 “A시가 방어권을 남용해 B씨가 범인도피죄를 범하도록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