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더 비싼 커피' 스타벅스의 친환경 실험 성공할까[생생확대경]

by김보경 기자
2021.11.16 06:00:00

서울시청 근처 12개 매장 일회용컵 없앤 에코매장 운영
다회용컵 사용시 1000원 보증금 내고 반환해야
3개월 12개 매장에서만 일회용컵 50만개 감축 효과
마트 비닐봉지 제한때처럼 첫 시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또 그린워싱 이용한 마케팅 아닌가요”, “반납하기 번거롭기만 할걸요”

스타벅스가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 일대 12개 매장을 ‘일회용컵 없는 에코매장’으로 운영하자 커피업계는 물론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마케팅을 봐왔던 데다 번거로움보다는 편리함에 더 익숙해져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오면서 위생에 민감해진 영향도 있다.

▲일회용컵이 없는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다회용컵 반납기. (사진=김보경 기자)
스타벅스의 에코매장은 정말 이런 우려만 있을까. 최근 해당 매장을 둘러봤다. 우선 한잔당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여기서는 5100원에 구입해야 한다는 안내를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다들 처음엔 멈칫하지만 1000원은 컵 반환시 돌려받는 보증금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가는 표정이다. 반납도 조금 번거롭다. 컵을 하나씩 반납기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대에는 5~6명이 대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번 방문 때는 곧 익숙해졌다.

1000원을 더 내고 돌려받는 번거로움 그 이후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면 매장 내에서는 대부분 머그컵을 이용하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 이전 커피 매장은 이런 모습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감염 위험이 높아지면서 다시 일회용컵 사용이 일상화됐던 것. 환경부가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커피 매장 내 이용은 일회용 사용 자제를 독려하고 있지만 다른 매장은 여전히 일회용컵으로 매장 내에서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에코매장은 바로 달라졌다. 개인컵과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이용자들이 다른 매장보다 더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다회용컵은 정말 플라스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까. 테이크아웃시 사용하는 다회용컵 회수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벅스 로고는 물론 아무런 무늬가 없는 다회용컵도 1000원을 주고 소장할만한 ‘매력’은 없어 보여 다행이다.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다회용컵은 세척해서 재사용하는 횟수가 너무 많으면 미세플라스틱 등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너무 적으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그 적정 수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에코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은 최소 70회 이상 사용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 12개 매장을 통해 올해 안에 감축할 수 있는 예상 일회용컵 감축량을 약 50만개로 추산했다. 70회 사용이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이 추산대로 효과를 본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스타벅스의 에코매장은 친환경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스타벅스가 앞서 했던 지나친 굿즈 마케팅 등으로 이런 시도까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가 없어졌을 때도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을 때도 불편함은 항상 있었지만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다. 일회용컵 없는 매장도 익숙한 시기가 오지 않을까. 스타벅스는 내년까지 서울·제주 전 매장, 2025년까지는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없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