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심근경색, "숨쉬기 힘들어요! 살려 주세요"
by이순용 기자
2021.10.09 08:18:55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감사함이나 소중함을 못 느끼는 것들이 있다. 공기, 물, 햇볕, 자연… 우리는 늘 노력 없이, 의도 없이도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당연시 여기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늙고 병이 들고, 죽기 전까지 숨 쉬기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 하루하루 편안하게 숨쉬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기보다는 하루의 어려웠던 일,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들에 더 마음이 쓰이게 된다.
어느 때처럼 많은 환자와 학회 일, 논문 작업 등을 하고 밤늦게 퇴근을 하는데, 응급실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숨쉬기 힘들어요! 살려 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40세 남자 박 모 씨는 산소 포화도는 산소를 보충하면서 유지는 되었으나,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고 숨쉬기가 너무 어려워 소리를 치고 있었다. 박 씨는 1~2년 전, 심근 경색을 앓고 스텐트를 3개 삽입했으나 관리를 잘 못했고, 다시 재협착이 온 환자였다.
타 병원에서 재 협착이 온 스텐트에 또다시 시술했으나 이미 심장의 모든 근육에 경색이 왔고, 섬유화가 진행하여 벽이 매우 얇아져 있었기에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심장 기능은 일반인의 5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이미 심장의 전벽에 섬유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시술을 해도 심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심장 이식을 권유받고 본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젊은 나이에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혈관들이 망가진 상태였다. 심근경색에 의한 심부전에다 감기 이후 폐렴까지 동반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었다.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펌프 작용을 하는데, 이런 심장도 근육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혈관이 필요하다. 심장의 표면에 왕관 모양으로 생긴 관상동맥은 심장이 움직일 때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한다. 당뇨, 고지혈증, 혈압, 담배, 비만 등으로 인해 탄력이 있는 혈관에 기름기가 쌓이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경향을 갖게 되는데, 이를 동맥경화라고 한다. 이렇게 동맥경화에 의해 심장의 근육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가슴 통증을 일으키거나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는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이 발생하게 된다.
협심증은 일시적인 허혈 상태(혈류가 부족한 상태)로 약 5분 미만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질병을 말하며, 안정 시에는 괜찮지만 걷거나 운동 중에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심근경색은 허혈이 지속되어 심장의 근육이 손상이 오는 상태를 말한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에는 안정 시에도 식은땀이 나거나 심한 흉통 혹은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부정맥이 발생하면서 급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막힌 관상동맥은 풍선이나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이용하여 혈관을 확장하는 관상동맥확장성형술을 하거나 혹은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수술적 요법으로 치료를 한다. 이후에 심근경색이나 허혈이 재발하지 않도록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기 위한 항혈소판제와 심장 근육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제, 그리고 당뇨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등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처음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였을 때,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여 혈관을 확장시키는 시술을 하고, 재발을 방지하지 위해 생활습관 교정과 금연을 실천해야 하며, 당뇨와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심근경색의 재발과 스텐트로 확장된 혈관의 재협착이 오면서 심장의 근육이 다시 괴사 되고, 비가역적인 심부전의 발생으로 상기 환자처럼 일상생활에서 숨쉬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심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환자는 나이가 젊었고, 더 이상 이어줄 혈관이나 확장이 필요한 혈관은 없고, 전반적인 심장의 근육이 모두 괴사된 상태로 심장 이식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승압제를 사용하면서 폐렴 치료를 함께 진행했고 심장 이식을 대기했다. 최대한 이식 전까지 환자의 체력을 유지하고, 신장이나 간 기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입원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환자에게 적합한 뇌사자가 발생하여 이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식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퇴원한 환자는 일상생활을 할 때 숨 쉬는 것이 이렇게 편하고, 감사한 줄 몰랐다며 작은 일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약 1년 정도는 정말 누구보다 몸 관리도 잘하고, 늘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살았던 환자는 안타깝게도 5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이전의 힘든 일들을 잊었는지 점차 체중이 늘어나고, 당뇨 관리도 잘 안되었으며, 운동도 안하게 되면서 지금은 외래에서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늘 가까이 있고, 누리고 있어 당연히 하던 것들. 자연스레 숨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한번 잃기 전까지 그 감사함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다시 건강을 찾아도 어느 순간 또 당연시 여기게 되는, 사람 마음이 어찌 보면 간사하기도 하다. 살면서 여러 가지로 힘든 일들이 있을 때, 평소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면 하루하루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