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 재판 전 '그알'에 "왜 그땐 말해주지 않았을까" (상보)

by박지혜 기자
2021.01.24 08:0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후속 방송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통해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정인이 양부에 초점을 맞췄다.

‘그알’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재판 전 만난 정인이 양부 안모 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안 씨는 “결혼 전부터 입양 얘기를 계속 하고 마지막까지도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왜냐면 저희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사실 한두 번 정도 포기하자는 말을 했었는데 아내가 끝까지 그래도 우리 (입양 결정)한 거니까 같이 용기 내서 해보자고 저한테 용기를 북돋아 줬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저희 첫째 (아이)는 어떡하냐. 주변 사람들은 왜 (학대 정황이 보였을 때) 저한테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 지금은 다 진술하면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주변 지인들은 안 씨의 주장과 다른 모습을 떠올렸다.

한 지인은 “아빠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맘때 아이 지능지수가 강아지하고 비슷해서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준다’면서 8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우니까 안 안아주고 울지 않고 울음을 그쳤을 때 안아주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지인도 “9월에 카페에 간 적이 한 번 있었다. 둘째(정인이)는 없더라. 그래서 ‘정인이 왜 없어?’ 그랬더니 (정인이 양부모가) 둘째(정인이)는 ‘차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이상 머무를 동안 한 번도 (아이를) 찾지를 않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역시 “차 안에서 (양모가) 정인이한테 소리지르면서 화내는 걸 목격했는데, 애한테 영어로 막 소리 지르고 양부는 첫째를 데리고 자리를 피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 모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 전날 아이를 데리러 온 안 씨에게 아이의 심각한 몸 상태를 설명했다.

하지만 안 씨는 정인이를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또 안 씨는 정인이 사망 3일 전, 양모 장 씨와 함께 첫째만 데리고 미술학원을 방문해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술학원 원장의 말에 따르며 수업을 받는 시간 동안 장 씨는 물론 안 씨가 정인이를 챙기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정인이 양부모는 왜 입양을 결정한 걸까? 한 지인은 “장 씨가 임신이 싫고 아이가 싫다고 했다. 다만 (첫째) 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 했다. 첫째를 돌보는 걸 본 사람들은 반대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꿈이었다며 무슨 버킷리스트 채워가듯 그랬다”고 말했다.

앞서 ‘그알’ 이동원 PD가 유튜브에서 밝힌 방송 뒷이야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PD는 지난 8일 유튜브 영상에서 한 누리꾼이 ‘양부모가 정인이를 입양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저희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직접 물어보고 싶었는데 (장 씨가) 구속상태라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가장 당황스러웠던 이야기가 있다”며 “한 카페 사장한테 듣기로 정인이 양모가 카페에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 입양했어요’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사장님 입장에서는 ‘안 물어봤는데 왜 입양 얘기를 하지?’라고 생각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비슷한 에피소드를 3~4번 더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정인이는 입양을 한 훌륭한 부부라는 찬사를 얻기 위한 소모품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헌신적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었을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앞서 검찰은 안 씨를 기소하면서 아동 유기와 방임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적용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첫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게 살인죄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장 씨와 안 씨 측 변호인은 “두 사람 모두 부모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힘들게 한 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가 어떻게 다쳤는지 생각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상습아동학대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또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 장 씨가 조사 단계에서 정인 양을 향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수차례 표현했고 관련 반성문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씨에 대해선 “양부는 양모의 학대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중 눈물을 훔치고 울먹이는 등의 모습을 보인 안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린 채 신변보호를 받으며 차량으로 전력질주했다. 그러나 그가 탄 차량에 담배꽁초와 씹던 껌 등이 날아들었고 일부 시민이 발길질을 하고 앞을 가로막으면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안 씨는 검찰에 추가 고발됐다.

시민단체 서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안 씨를 살인 공모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대책위는 또 정인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 경찰관들과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모씨 등도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한편, 장 씨와 안 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 측은 정인 양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장 씨와 안 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