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재욱 기자
2020.12.31 05:30:00
[만났습니다]①종합 디지털 물류 기업 `부릉`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19, 기회로 돌려세운 내공은
배달 기사 우선해서 고객 신뢰 쌓아온 결과
차별없는 물류세상 꿈꿔…"우리 재능으로 다같이 살도록"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상했어요. 피디에이를 여러 개 들고 다니는데도 배송을 기다리는 퀵서비스 기사님들 모습이요.”
상주는 부친상을 치르는 와중에도 일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하는 퀵서비스 기사를 보고 저게 내 일이다 싶었다. 조화를 배달하고 다음 행선지를 못 정한 탓에 발생하는 대기 시간은 비효율이었다. 2011년 11월 상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나중에 무인 배차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콜센터를 건너뛴 혁신이었다.
유정범(38) 메쉬코리아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창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 대표는 “`세상과 주변에서 올바른 쓰임을 받고 살다가 하늘에서 다시 만나자`는 게 아버지 유언이었다”며 “유지를 받드는 계기가 상중에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22일 메쉬코리아 본사에서 했다.
유 대표는 상중에 건진 아이디어로 2013년 메쉬코리아를 창업했다. 하지만 그해 호기롭게 출시한 배달앱 `부탁해`는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배달 시장이 앱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던 시기였다. 유 대표는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키는데 첨단 기술을 빌려야 하는 이유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도 지금만큼 힘을 못 쓰던 시기였다. 좋게 말하면 부탁해는 시대를 앞서 간 서비스였다.
이런 변명만으로 회사를 이끌 수 없었다. 메쉬코리아는 부탁해를 철수하고 철저하게 체질을 개선한다. 그러고 내놓은 서비스가 지금의 `부릉`이다. 비정기적인 주문(C2C·부탁해)에 기대지 않고 정기적인 배송(B2B·부릉)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소비자 배달 주문보다 이런 주문을 묶어서 배달하는 음식점을 고객으로 삼는 게 안정적이라고 봤다.
유 대표는 “퀵 서비스 물류망에 택배를 얹으면 안 돌아가지만, 택배망에 퀵 서비스를 올리면 돌아간다”며 “배송은 신속보다 정확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할 일은 배송을 약속대로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회사 시스템을 `시장이 아닌 사람(기사)`에 둬야 했다. 고객 눈높이에서 최고의 배송이 이뤄지려면 기사를 최적의 배송 환경에 두는 게 순서였다.
유 대표는 “현재 부릉이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추천 배차 시스템의 알고리즘 우선순위는 양(배송 건수)보다 질(경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원년에 겪은 시행착오가 약이 됐다. 2013년 `부탁해` 시절 배달 기사 200여명이 유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현장에서 빠져버렸다. 당시 배달 급여를 월급(정액제)으로 준 게 원인이었다. 당장 기사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야 했다. 사무실 직원과 함께 직접 현장에 투입됐다. 배달 요령이 전무하니 탈이 안 날 리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중국 음식을 배달하다가 배달을 거부당했다. 식어버린 음식을 보노라니 `현타`가 왔다. 그때 일을 계기로 급여를 일한 만큼 지급(정률제)하기로 바꿨다.
유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고객 가치 최대화`에서 첫 고객은 기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게 실수”라며 “현장에서 답을 찾은 사례”라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사훈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있다)은 이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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