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 고용률의 민낯…코로나에 노인일자리 46만개 사라져
by조해영 기자
2020.04.22 00:00:10
노인 일시휴직자 50만명…15배 급증
사업부진·조업중단 선택한 비중 높아
정부, 고용쇼크에 이번주 종합책 발표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부진으로 실업급여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근로자 계약기간 만료 등 직장을 잃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안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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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일시휴직자가 폭증한 가운데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일시휴직자가 1년 전보다 1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일시휴직자는 지난달 전체 일시휴직자의 30% 상당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직전까지 ‘사상 최고’ 고용지표 행진을 이끌던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 ‘2020년 3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일시휴직자 160만7000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45만9000명으로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일시휴직자란 취업 상태지만 질병이나 휴가, 사업부진 등으로 실제 일한 시간은 없는 사람이다. 무급휴직자 등이 포함돼 있어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계층이기도 하다. 일시휴직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한 2월 61만80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엔 160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일시휴직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15~29세) 15만2000명 △30대 30만9000명 △40대 29만1000명 △50대 26만7000명 △60대 이상 58만8000명이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60~64세(12만9000명)를 제외한 65세 이상 노인 일시휴직자가 45만9000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잠시 쉬는 노인’의 증가세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3월 일시휴직자는 34만7000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3만1000명(8.9%)에 불과했다. 전체 일시휴직자가 세 배 넘게 늘어나는 사이 노인 일시휴직자는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들 대다수는 정부 재정일자리가 끊기며 일시휴직 신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시휴직 사유로 사업부진·조업중단을 선택한 비중은 60대 이상이 74.1%로 다른 연령층(42.2~61.4%)와 비교할 때 높았다. 전체 일시휴직자 중에서 일시휴직 사유로 사업부진·조업중단을 선택한 비중은 지난해 3월 14.7%에서 지난달 61.2%로 늘었다.
정부 재정일자리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고용지표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65세 이상이 1.8%포인트 오르면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취업자 수는 지난 1월엔 5년여 만에 가장 많이 늘었고 15세 이상 고용률은 60.0%로 1월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정부 재정일자리가 몰려 있는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에서 주로 늘었다. 지난 1월엔 재정일자리 사업에 조기 착수하면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50만7000명 늘고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8만9000명(9.4%)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노인일자리는 지난해 61만개에서 올해 74만개로 규모가 더 커졌다.
하지만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면서 취약계층 감염 등을 우려해 노인일자리 사업이 대부분 ‘일시 중단’으로 돌아서면서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 상당수가 일시휴직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고용 호조세가 일자리의 질적 개선 대신 재정일자리 사업에 기댄 탓에 고용지표 악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정부 재정일자리에 몰리면서 지난해 취업자가 늘었는데 코로나19에 이들이 일시휴직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유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지원대책 등이 담길 전망이다. 김 교수는 “고령층뿐 아니라 생계부양자 역할을 해야 하는 30대·40대가 실업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