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세에 가치투자 운용사 3인방 '엇갈린 행보'

by전재욱 기자
2020.03.05 00:40:00

오르는 주식 올라타거나, 내리는 주식 좇아 각각 매도
주총시즌 앞두고 주주권 행사 강화 채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 3인방 발걸음은 엇갈렸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처분해 절대수익을 내는 곳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권 행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나뉘었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코로나 19가 한국 주식시장에 본격 영향을 주기 시작한 1월28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약식)를 통해 지분을 줄인 내용을 보면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이 이 기간 지분 15만5000주를 털어낸 지어소프트(051160) 주가는 14.5% 올랐다. 마찬가지로 서흥(008490)의 주식을 15만주를 매도하는 동안 회사 주가는 4.8% 오른 3만8900원에 마감했다. 회사 주식을 처음으로 매수한 가격이 3만1000원대인 것과 비교해 남는 장사를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8.3%, 코스닥이 6.3% 각각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아픈 주식도 있었다. 지분을 최대 1%포인트 넘게 줄이는 종목 가운데 세방(004360)(-17.2%), 푸드웰(005670)(-15.5%), KISCO홀딩스(001940)(-9.7%), NICE(034310)(-5.2%) 주가가 각각 하락했다. 주식 9만7000주를 줄인 디앤씨미디어(263720) 주가는 2.5% 하락한 2만3200원이었지만, 매도 단가는 최고 2만5000원 이상이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분을 줄인 주식 가운데 주가가 내린 경우가 많았다. 이 기간 지분 138만주 매도한 GKL(114090)의 주가는 18.3% 떨어졌다. 주가가 2.% 하락한 케이씨씨글라스(344820)에 대해서는 6만7000주를 정리했다. 지분을 줄인 종목 가운데 KCC(002380)(-24.8%), 대림씨엔에쓰(-22.2%), 평화정공(043370)(-20.8%), 대림씨엔에스(004440)(-20.7%), 다우기술(023590)(-12.9%), 일진파워(094820)(-11.1%), 남양유업(003920)(-9.5%), 국도화학(-9.3%), 한국철강(104700)(-8.6%), CS홀딩스(000590)(-6.9%) 등 낙폭이 컸다.



모두 아픈 주식은 아니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분을 13만주 털어낸 서연(007860)의 주가는 이 기간에 26% 오른 4100원에 마감했다. 49만주를 줄인 한국카본(017960) 주가는 1% 상승했다.

물론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반드시 수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평균 매입 단가가 얼마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하는 점에서 주가 등락 시기 이뤄진 매도는 펀드 수익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KB자산운용은 기존 투자기업의 투자 목적을 강화하는 전략을 폈다. 그러면서 최근 한달 새 효성티앤씨(298020)와 컴투스(078340), 에스엠(041510), 광주신세계(037710)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이 회사들은 앞서 KB자산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내 배당을 늘리거나 사업 방향을 조정하라고 요구했던 곳이다. 5% 이상 대량보유 보고 방식이 바뀌면서 이뤄진 조처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배당 등을 요구하려면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자로 분명히 해야 한다. 단순 투자에 머물면 권한은 의결권 행사 정도에서 그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법이 바뀌면서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지, 반드시 해당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