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는 韓산업 두뇌]③귀하신 몸 찾기 나선 대기업…총수·사장 직접 뛴다

by남궁민관 기자
2019.07.15 05:40:00

4차 산업혁명에 전문 인력 유치 필수 과제로
삼성 등 4대 그룹 AI 전문가 유치 이미 속도전
배터리업계는 LG화학-SK이노 소송전까지
억대 연봉은 기본, 성과급 등 처우 개선 노력도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개최된 ‘2019 SK 글로벌 포럼’에서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SK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우수 인력 발굴과 육성, 배치 등은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채용을 위해 전 세계 각국에서 BC(Business & Campus)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주에도 일본 도쿄에서 인재 35명을 직접 만나고 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재 유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이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 유치에 대한 목마름은 비단 LG화학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AI(인공지능) 분야는 물론 반도체, 수소전기차, 배터리까지 국내 기업들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들에 대한 유치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신입 R&D 인력 유치의 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핵심 전문가의 경력직 채용을 위해서는 각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총수까지 직접 나서며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등 해외는 물론 국내 기업 간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인력 유치를 위해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등 처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은 AI 관련 전문가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 코넬테크 교수에 이어 올해 3월에는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LG전자는 다린 그라함 박사를 토론토 AI연구소 소장으로 선임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김영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종신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네이버랩스 출신 전문가(김정희·김준석 연구원)들을 잇달아 영입했고, SK텔레콤 역시 김윤 전 애플 AI개발책임자, 장유성 전 울프람알파 공동창립자 등을 영입했다. CEO는 물론 총수들의 인재 유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및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은 실제 영입 과정에서 직접 발로 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인재 유치전은 과열 양상이다. ‘인력 유출’ 관련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양사는 최근 인력 유치를 위해 CEO가 직접 글로벌 각지를 발로 뛰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은 2024년 매출액 59조원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대규모 R&D(연구개발) 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기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열리는 CEO 주관 채용 행사인 BC투어를 올해 유럽까지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SK 글로벌 포럼’을 통해 인재 유치를 적극 전개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이석희 사장을 비롯 SK㈜, SK㈜ C&C,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실트론, SK바이오팜 등 관계사 임원 50여명과 함께 미국 동·서부를 돌며 인재들과의 만남을 주도했다.

인재 처우 및 조직문화 개선 노력은 당연히 이어지는 수순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 AI전문가 평균 연봉은 16만9000달러(한화 약 2억원) 수준으로, 최근 국내 기업들 역시 인재 유치를 위해 수억원의 몸값을 제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으로 성과급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전 사업부문에 월 기본급 8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가운데, LG화학 역시 올해 초 최대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인력 유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미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국내 기업들 대비 3~4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인재를 붙잡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처우 개선 노력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