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잇단 좌초] 트램도 전철도 줄줄이 스톱..신도시 입주민 어쩌나
by성문재 기자
2018.07.03 05:2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트램 공사계획이 나오면 임차인을 구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만 참자’고 생각했는데 건설 자체가 안된다고 하니까 막막하네요. 정부 계획만 믿고 들어온건데 이럴 수 있나요.”(위례신도시 위례중앙타워 상가 임대인 A씨)
위례신도시 한복판 위례중앙광장에 붙어있는 위례중앙타워는 위례선 트램(노면전차)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최고 입지를 자랑하는 상가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50㎡짜리 1층 점포는 약 16억원에 공급했다. 비싼 가격에도 미분양이 없었지만 지금은 입점 점포보다 빈 점포가 더 많다. 차일피일 미뤄진 위례선 트램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자적격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트램 건설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위례중앙역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위례 중앙광장 조성도 상가보다 늦어져서 상가 분양계약자들이 임차인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피해를 봤다”며 “다들 트램만 생기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산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노선의 운명도 기구하다. 신분당선은 애초 용산~강남, 강남~정자, 정자~호매실 등 3개 구간으로 나눠 단계별로 사업이 진행됐다. 정자~호매실 구간은 10여년 전에 이미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사업이 순풍을 맞고 있었다. 그러나 재정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정자~호매실 구간을 절반으로 쪼개 정자~광교 구간을 먼저 착공한 뒤 광교~호매실 구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다른 전철노선이 생기고 광교~호매실 구간의 사업성에 변화가 생겼다. 결국 경제적 타당성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호매실까지 신분당선이 연장될 것으로 믿고 거처를 마련한 수요자들이다. 수원 주요 주거지역들의 집값이 오르는 사이 호매실동 집값은 지지부진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신분당선이 연결된 수원 영통구 이의동과 하동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현재 3.3㎡당 2100만~2200만원 선인 것과 대조적으로 호매실동은 3.3㎡당 950만원대에 불과하다. 신도시 생활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때문이다.
이같은 사연을 잘 아는 국토부는 호매실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만을 가질만 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업은 꼭 해야되는 사업이라 생각한다”며 “사업 재추진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 있는 동탄2신도시 트램사업도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인덕원~동탄 전철의 기본계획이 새로 나오면서 이와 연계해 노선 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애초 트램 노선을 그릴 당시에는 인덕원~동탄 전철 계획이 없었다. 수도권과 연결되는 전철 노선이 추가되면서 동탄2신도시 트램 사업성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고속버스 관문인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 개발사업도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지어져 30년 넘게 운영된 동서울터미널은 호텔과 업무시설, 관광·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연면적 29만㎡, 최고 32층 복합건축물로의 현대화 사업이 계획돼 있다. 토지 소유주인 한진중공업(097230)은 2011년 동서울터미널 부지에 대한 개발 구상과 사전협상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아직까지도 사전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교통 혼잡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초동 남부터미널 개발사업은 용적률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고 800%까지 적용이 가능한 일반상업지구이지만 서울시는 용적률 600% 적용을 권고했다. 사업자인 엔티산업은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서울시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인근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힌 롯데그룹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건립안도 5년째 표류 중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시 제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상암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에 대해 부결 결정을 내렸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역상권 보호 및 지역 발전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개발계획 마련 후 올 하반기 신규안으로 재상정하라고 했다. 이 부지는 롯데쇼핑(023530)이 서울시로부터 2013년 1972억원에 매입한 뒤 백화점·영화관·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입점한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계획한 곳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정부 발표를 믿고 투자하거나 분양을 받는 데 계획이 발표만 되고 매번 5년, 10년씩 늦어지니까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라며 “대략적인 사업성 검토 작업을 사전에 어느 정도 진행해서 보다 신중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경기도에 신규 공급 물량이 늘면서 미분양 주택 숫자가 9개월만에 다시 9000가구를 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애초에 계획했던 광역교통개선 대책이나 개발사업들을 차질 없이 잘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