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8.03.09 05: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지난 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이 시행됐다.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조정돼 구조안전성 비중이 20%에서 50%로 높아졌고, 주거환경 비중은 40%에서 15%로 낮아졌다. 안전진단에서 30~55점에 해당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공공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반려될 수 있다. 앞으로 웬만해서는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안전진단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과거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의 95%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조건부 재건축이란 지금 당장 재건축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사업 시기만 조정하면 다시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한 조치다. 그러나 실제 조건부 재건축 받은 단지들은 시기 조정 없이 곧바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했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묵인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재건축 규제가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로선 공급 확대만이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데 신규 공급 창구인 재건축 사업을 막으면 언젠간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서두른 단지들이 향후 3~4년 사이 대거 입주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서울의 신규 공급이 사실상 실종된다. 앞으로 4년만 더 하면 그만인 문재인 정부가 집값 문제를 다음 정권에 떠넘긴 셈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자칫 서울 집값을 더 폭등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 모두 직시해야 한다. 강력한 규제에는 필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를 보완할 묘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은 없어보인다. 수도권에 대거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 서울 거주 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 땅에서 평생 의식주 문제를 고민하고 살아갈 국민들은 여전히 주거 불안에 고통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