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덕'들이여 딤프로 오라…뮤지컬도시 대구 10년
by김미경 기자
2016.06.27 06:16:10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4일 개막
내달 11일까지 오페라하우스 등서 18일간
슬로바키아·러시아 등 보기힘든 해외작 초청
개막식 뮤지컬스타 총출동…최정원 딤프이사로
10년간 창작뮤지컬 산실…꽃신·투란도트 등
| ‘제1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지난 24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개막해 18일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날 열린 개막축하공연에는 대구시민은 물론 전국서 1만 5000여명의 관객이 찾아 대표 지역문화축제로 성장한 ‘딤프’의 현장을 지켜봤다. 아래 사진은 개막작인 영국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한 장면(사진=딤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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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판 에든버러 꿈꾼다”(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 “대구의 관객열정은 남다르다. 제일 좋아하는 도시다”(최정원 뮤지컬배우 겸 딤프 이사),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박명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지난 24일 오후 7시께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현장. 올해로 10돌을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개막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18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새벽부터 퍼붓는 장맛비에도 이날 개막식을 찾은 관객 수는 대략 1만 5000명. 전수경·신영숙·홍지민·이건명·김보경 등 뮤지컬스타들의 갈라 무대가 150분간 펼쳐지자 객석은 물론 무대도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뮤지컬 도시’란 수식어가 실감났다.
대구는 서울에 이어 제2의 공연도시로 통한다. 딤프가 이룬 성과라 할 만하다. 딤프는 2006년 이래 뮤지컬 대중화와 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하며 대표적인 지역문화축제로 발돋움했다. 유별난 뮤지컬 팬심 덕에 대구에 무한애정을 품는 배우도 많아졌다. 최정원은 올해 딤프 이사로 선임돼 행사 전반의 활동을 책임진다.
| 딤프의 공식초청작이자 개막작으로 25일 막을 올린 영국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한 장면(사진=딤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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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4년 발표한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구지역 인구 1000명당 객석 수는 17.5석이다. 7대 특별·광역시 중 서울(18석)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3위인 대전(9.5석)과는 배가량 차이가 났다. 2013∼2014 인터파크 공연 결산 보고서에서도 대구는 6대 광역시 중 뮤지컬 매출이 가장 높은 도시다. 2014년 137억 4000만원으로 부산(87억 1000만원), 대전(34억 7000만원)보다도 월등하다.
창작뮤지컬의 산실이란 별칭에도 걸맞게 9년간 선보인 123개 작품 중 43편이 창작뮤지컬이었다. 이 중 5개 작품은 해외에 진출했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뉴욕 무대에, ‘사랑꽃’ ‘투란도트’는 중국 무대에 올랐다. ‘꽃신’은 독일에서 공연했다. 지난 2월에는 대구 태생의 ‘투란도트’가 서울로 입성, 역진출 사례가 됐다. 지금까지 전체 관람객은 125만 9000명, 평균 객석점유율은 72%를 기록했다.
딤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작품 간 관객 수 편차가 컸다면 작품마다 인기가 고른 것이 올해의 특징”이라며 “스타 출연작품에 관객이 몰리던 현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대구 관객이 성숙해진 방증”이라고 말했다.
‘금발이 너무해’(영국·7월2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마담 드 퐁퐈두르’(슬로바키아·7월6~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감브리누스’(러시아·7월8~10일 수성아트피아)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해외 뮤지컬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딤프의 매력이다. 다음 달 11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아양아트센터, 봉산문화회관 등에서 공식초청작 5편, 창작지원작 5편, 특별공연 4편, 대학생 뮤지컬 8편 등 총 22편의 작품이 오른다.
지난 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금발미녀 ‘엘’이 자신을 차버린 남자친구를 따라 하버드법대에 입학한 후 편견에 맞서 진정한 꿈을 찾는 이야기를 건강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톡톡 튀는 멜로디와 랩 등을 엮은 넘버는 귀에 착착 감기고 떠오르는 영국 뮤지컬 스타 루시 존스는 영화와 100% 싱크로율을 보이며 시종일관 호연을 펼쳤다. 기교가 많은 넘버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것은 물론 매끄러운 스토리가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 특별공연으로 치러진 중국 어린이뮤지컬 ‘개구리원정대’의 한 장면(사진=딤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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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연으로 마련한 중국 어린이뮤지컬 ‘개구리원정대’에선 깜찍한 동물분장을 한 중국의 어린 배우들이 환경과 동물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미와 교육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다만 창조·평등·인류·원정 등 어려운 한국어 번역은 옥에 티다.
공식초청작 5편 중 4편이 해외작품이다. 폐막작 ‘마담 드 퐁퐈두르’는 18세기 프랑스 루이 15세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 퐁퐈두르의 일생을 그린 슬로바키아 신작 뮤지컬이다. 서정적인 집시음악이 돋보이는 러시아의 ‘감브리누스’와 중국 상하이음악원 출신이 항일전쟁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해상, 음’(海上, 音)도 있다. 이외에도 딤프와 대구시가 제작한 ‘투란도트’는 대구 관객과 다시 만난다. 경주문화재단의 ‘뮤지컬 최치원’, 안동의 현대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원이 엄마’ 등도 눈길을 끈다.
과제는 남아있다. 공연을 올리는 극장 간 이동거리가 너무 멀고,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승강장 등에 이동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점,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제외한 작은 공연장의 안내나 관람자 인식이 미숙한 점 등은 아직 지역축제에 머물러 있는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배 위원장은 “초기에는 해외작품 섭외도 어려웠는데 이젠 2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할 만큼 참가신청이 쇄도한다”며 “처음부터 세계적인 축제는 없다. 에든버러축제 역시 40여년이 걸렸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다음 10년, 20년 후면 한국 대표 공연축제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