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삼재(三災)에…투자자 "떠난다고 전해라"
by박종오 기자
2015.12.15 06:00:00
동탄 반도 유보라 아이비파크 84.99㎡
넉달 만에 매매가 최대 3천만원 ''뚝''
웃돈 붙던 신도시 아파트 거래 위축
''재건축'' 강남 개포 주공1단지 집값
이달 들어 최고 750만원 내려가
오피스텔·상가 등도 금리인상 부담
| △주택시장이 최근 ‘3대 악재’(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 주택 공급 과잉 우려)와 부닥치면서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사진=L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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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미국 금리 인상이 오늘내일 하잖아요. 정부도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고요. ‘묻지마 투자’ 수요가 만든 아파트 분양권(새집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도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D공인 관계자)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저금리·주택담보 대출 규제 완화에 힘입어 돈줄을 풀었던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어서다. 계절적인 거래 비수기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공급 과잉 우려까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이른바 ‘삼재(三災)’가 겹치면서 투자자 이탈 및 관망세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양권에 최대 억대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던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거래 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장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자 투자 열기가 차츰 식고 있다.
수도권 동남권 최대 투자처로 떠올랐던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는 분양권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내년 4월 A13블록에서 입주하는 ‘반도 유보라 아이비파크 2차’ 아파트 전용면적 84.99㎡형 분양권은 올해 8월 12층 매물이 최고 3억 6528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이보다 3000만원 낮은 평균 3억 3032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A39블록에서 분양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동탄’ 아파트는 전용 69.97㎡형 분양권 거래가격이 지난달 2억 7413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내렸다. 84.99㎡형의 경우 지난 10월에 최고 3억 4056만원에 팔렸지만, 현재는 3억 2000만원 대를 넘는 금액에 거래되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올여름부터 금리 인상 등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 불어지자 구매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주택 수요자들이 함부로 투자하지 않고 아파트 입지와 가격 등을 꼼꼼히 따지기 시작하면서 매수·매도자 간 눈치 보기도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위례신도시·하남 미사강변도시·김포 한강신도시 등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미사강변도시 A2 블록에 들어서는 ‘미사 강변 센트럴자이’ 아파트 전용 91.45㎡형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지난달 평균 4억 9451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에는 4억 9192만원으로 평균 거래 가격이 오히려 내렸다. 특히 로열층인 27층 매물은 지난달 분양가(발코니 확장비 포함 최대 4억 9855만원)와 별반 차이 없는 5억 600만원에 팔렸다. 프리미엄이 없는 ‘무피’ 분양권인 셈이다.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는 작년 가을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 행진이 최근 멈췄다. 이달 들어 집값이 최고 750만원 내리면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예컨대 전용 49.58㎡형 매매 시세는 지난달 9억 3000만원에서 지금은 9억 225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인근 개포부동산 채은희 대표는 “개포지구는 투자 수요가 많다 보니 시장에서 예상하는 악재가 다른 곳보다 한 발 빨리 반영되곤 한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매수자와 매도자가 힘겨루기하다가 최근에는 매수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저금리에 갈 데 없는 돈이 몰렸던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오피스텔과 상가도 과잉 공급과 단기 가격 상승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에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물론 막상 주택담보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규제를 비켜난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반사 이익을 누릴 여지도 없진 않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침체를 예단하는 것은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은 거품이 빠지면서 안정화되는 단계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등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한 땔감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의 주택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며 “전세 사는 세입자의 내 집 마련 수요와 재개발·재건축 멸실 수요 등이 맞물려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