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5.09.25 05: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국어사전에 적힌 ‘행복’(幸福)이란 단어의 뜻이다. 우리말에서 행복이란 감정은 삶에 녹아든 지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순간적 기분을 표현하는 영어의 ‘해피’(HAPPY)와는 단어의 무게가 다르다.
며칠 전 국토교통부는 전국에서 첫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송파 삼전지구 △서초 내곡지구 △구로 천왕지구 △강동 강일지구 등 4곳의 행복주택 입주 당첨자 847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젊은층 주거 복지 실현이라는 행복주택의 취지에 맞게 전체 입주 물량의 80%가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에게 돌아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계층 특성상 아르바이트 외에는 수입이 없고 기숙사도 부족해 누구보다 행복주택이 절실한 대학생들에게는 입주 물량의 4%만 배정됐다. 또 최대 6년인 행복주택 거주 기간을 감안하면 출산을 고려해 최소한 방이 2개인 투룸형 주택이 필요한 신혼부부에게는 물량의 99%를 원룸형으로 공급, 신청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다.
국토부는 논란이 일자 대학가에 짓는 행복주택은 대학생 우선 배정 비율을 높이고 신혼부부에게는 투룸형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각 지방자치단체가 입주자 선정 권한을 갖고 있는 행복주택 물량에 대해서는 대학생 입주 비율 확보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신혼부부 역시 ‘신청자가 원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원룸형 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서초 내곡지구처럼 원래 투룸형 물량이 없는 곳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단칸방 수준인 원룸형을 신청한 신혼부부까지 “그들이 원했다”고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정부는 행복주택에 ‘행복’이란 단어를 붙였다. 이 사업에 대한 소개 글에는 “젊은층이 직장 또는 학교와 가깝거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쓰여 있다. 정부는 통학 및 출·퇴근이 편하고 임대료가 싼 집에 살게만 해주면 젊은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가 지속될 때만 성립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