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사는 전멸"..제2롯데월드 하루동안 있어보니

by임현영 기자
2015.03.19 03:00:01

잇단 안전논란에 방문객 `반토막`..업체들 "매출은 반의 반토막"
"평일 오전 매출은 `제로`수준"..행사 안내방송만 울려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식당가..롯데 직원들만 들러
봄 세일, 국내 최초 매장 역시 `한산`.."나아질 기미 없어"

지난 13일 제2롯데월드 지하 1층. 매장을 돌아다니는 손님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글·사진=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찾는 사람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매출은 작년의 30%도 안되고요” (롯데월드몰 2층 의류매장 매니저)

지난 1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 매장 앞의 마네킹을 봄 옷으로 갈아입히던 직원의 손길은 무기력했다. 그는 “이렇게 갈아입혀도 사람이 오기나 할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방문객이 절반 줄었다고 하는데 체감상으로는 5분의1 정도로 준 거 같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다 죽을거다. 롯데에서 하루 빨리 대책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가 ‘텅’ 비어가는 중이다. 각종 안전사고로 방문객까지 뚝 끊겨 버렸다. 여기에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찾는 손님은 5만명(개장 초기 10만명)으로 줄었다. 실제로 이날 하루종일 제2롯데월드를 지켜본 결과 이 수치가 피부에 와닿았다.

아쿠아리움이 지난 연말부터 영업을 중단한 이후 근처 입점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쿠아리움 인근 매장도 방문객이 더욱 줄었다.
오전 11시, 장사는 전멸에 가까웠다. 작년 영업을 중단한 아쿠아리움이 위치한 지하1층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였다. 청소기 소음과 봄 행사를 안내하는 안내방송만 빈 복도를 울렸다.

지하 1층에서 프레즐을 파는 김모 점장(51)에게 요즘 장사 어떠냐고 묻자 “오전 장사는 거의 공쳤다고 보면된다”며 “오픈 초기보다 매출은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연말부터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고 손님이 더 감소했다. 본사의 매출압박에 인건비를 아끼려고 지난해 10명이던 직원을 현재 3명으로 줄였다”고
롯데월드몰 1층 애비뉴엘도 손님을 보기 어려웠다.
말했다.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명품 매장도 더 한산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까만 유니폼을 입은 매장 직원 뿐이었다. B브랜드 매장의 한 직원은 “명품관은 항상 고정 고객층이 있는데 요즘은 그마저 사라졌다”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인건비는 커녕 비싼 임대료 감당도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2시 반 지하1층 식당가 ‘왕궁’. 점심시간 역시 썰렁했다. 한창 손님으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에도 테이블은 80% 넘게 비어 있는 상태였다. 어쩌다 들어오는 단체 손님은 대부분 롯데 사원증을 걸고 있었다.

딸과 봄옷을 사기 위해 들렀던 박희연(42·여)씨는 “작년 연말에 오고 처음 오는 데 확실히 비교가 된다”면서 “당시는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맸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빈 자리 중 아무데나 골라 앉았다”고 말했다.

오후 12시 경 제2롯데월드 5층에 위치한 한 삼계탕집. 한창 점심시간에도 대부분의 테이블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에 위치한 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5층에 위치한 롯데시네마가 지난 연말부터 영업을 중단하면서 발길이 더 줄었다. 1930년대 서울을 재현한 콘셉트의 ‘서울3080’의 식당에는 업종에 관계없이 식당 좌석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A삼계탕 가게에서 손님을 안내하던 박 모 매니저는 “보다시피 상황이 안 좋다”면서 “매출이 줄어 런치메뉴를 확대했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오후 3시. 한국에 첫 매장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매장들도 영업부진을 피할 순 없었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길리언이 운영하는 카페는 지난해 11월 오픈 당시 주문 후 음료를 받기까지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날 1층 매장에는 2팀만이 자리를 지켰으며 음료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퇴근한 직장인들로 유동고객이 늘었다. 썰렁하던 오전에 비해 비교적 활기가 도는 듯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매장 복도만 지나갈 뿐이었다. 실제 매장에 들러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편 롯데 측은 지난 1월 9일 안전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한 후 매주 롯데월드몰과 타워 안전시설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직접 공사현장을 점검하는 등 신뢰회복을 위한 그룹 차원의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개장 초기 수준의 방문객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지난 연말부터 임시 휴관 상태인 롯데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