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산업계 기상도..'중국', '융합', '저성장'이 화두
by김현아 기자
2015.01.01 04:43:11
[이데일리 김현아 성문재 장종원 김형욱 기자] 을미년 새해에는 지구촌 최대 시장이자 무서운 추격자로 변신한 중국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굴뚝 산업 간 융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효율성 강화와 친환경, 그리고 지속하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하락 등의 변수에 따라 업종간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전자업계는 중국·일본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중국시장은 여전히 내년 세계 자동차 판매 증가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도 사활을 걸고 있다. 자동차에 기술을 융합한 친환경차 시장 경쟁도 가열돼 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경쟁이 본격화된다.
융합 분야에서는 미래 신기술인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스마트홈 등에서 제조사와 통신사, 인터넷 업계간 전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모바일 02O(online to offline) 상거래의 경쟁심화는 ‘핀테크(Fintech)’ 산업의 빠른 진전을 예고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돼 정유·석유화학·철강·조선 등은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또한 저성장 기조는 광고 시장 위축과 국민의 알뜰 소비로 이어져 소형 SUV와 중저가폰, 알뜰폰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샤오미·화웨이·레노버 등 중국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중저가 제품을 쏟아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던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빼앗기기도 했다. 새해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저가폰 비중은 연평균 10%씩 증가해 올해는 50%, 2015년에는 52~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 등이 특허 분쟁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중저가 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진다.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폰으로 프리미엄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중저가 시장을 노리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술적으로 플렉시블(Flexible) 화면, 2000만 화소 카메라, 64비트 운영체제(OS) 등 보다 진화된 기술을 가지고 중국 후발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A5를 앞세워, LG전자(066570)는 내년 1분기 중저가 보급형인 L시리즈와 F시리즈의 후속모델들을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 LG전자 직원이 지난해 12월 26일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LG전자 미국 법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홈챗으로 냉장고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홈챗(Home Chat)’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LG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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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올 한해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는 올해보다 8.6% 늘어난 2078만대로 처음으로 20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30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와 충칭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4~5공장을 연이어 짓는 방안을 확정했다. 창저우 4공장은 올 2분기, 충칭 5공장은 3분기 중 착공해 각각 2016년 말과 2017년 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3공장을 증설, 2016년엔 연 45만대까지 생산키로 했다. 신·증설을 마치면 현대·기아차의 2018년 중국 생산능력은 업계 1~2위 GM·폭스바겐에 육박하는 연 270만대(현대 171만대, 기아 89만대)가 된다. 쌍용차 역시 주력 수출시장인 러시아가 유가 하락 여파로 침체함에 따라 중국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
| 지난해 10월 2일 SK텔레콤 본사에서 SK텔레콤 박인식 사업총괄과 11개 가전·홈기기 제조사 대표가 참여해 스마트홈 사업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로봇 청소기 분야의 모뉴엘은 당시에는 참가했지만, 회사 파산으로 협력이 어렵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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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와 통신, 인터넷·소프트웨어 업계는 혁신적인 기술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모든 사물(가전)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활용한 스마트홈 서비스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자체 운영체계인 타이젠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홈챗’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며, SK텔레콤(017670) 역시 중견 가전·홈기기 제조사들과 손잡고 스마트홈 시장에 본격 진출해 자사 가전제품 중심의 하이엔드 전략이 돋보였던 삼성·LG의 스마트홈과 불꽃 경쟁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홈앤미디어 부문을 CEO직속으로 편재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T(030200)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그룹의 씽크탱크 구실을 하던 미래융합전략실을 미래융합사업추진실로 확대 개편해 한국전력과 하는 스마트 에너지를 사업화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032640) 역시 ‘LTE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LTE망을 활용한 ‘드론’으로 에너지 시설을 원격 검침하는 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 △황창규 KT호 5대 미래 서비스 주요 사업 내용 출처: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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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IoT 시대의 가장 유력한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는 O2O 역시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핀테크(Fintech)’ 시장에는 다음카카오(035720) 등 메신저 및 소셜네트워크(SNS) 사업자, KG이니시스(035600) 등 기존 금융권 및 결제대행(PG)사, 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매상들 간의 각축전이 예고된다.
친환경차 시장 경쟁도 심화한다. 내년 한해 국내 시장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4종과 하이브리드 2종 등 6종의 친환경차가 소개된다. 특히 현대차(005380)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PHEV와 첫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내놓는다.무대를 전 세계로 확대해보면 하이브리드의 원조 프리우스 4세대 모델과 쉐보레 볼트, 닛산 리프 2세대 등 전기차가 연이어 나온다. 도요타 미라이 등 수소연료전지차도 소개될 예정이다.
| 차급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추이. KAR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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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여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반년 만에 반토막 났다.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인데 관련 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게 되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로서는 올해에도 험난한 인내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은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보다 석유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세계 철강 수요는 2015년에도 저성장에 그치고 과잉설비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올해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느린 속도지만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니 공급과잉 문제도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중국산 수입 철강재의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선업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내년에도 선가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009540)은 2014년에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항공업계는 저유가와 여행객 증가세를 발판으로 내년에 사업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종합상사들은 상품가격 하락이라는 악재에 직면했지만 내년 영업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자원개발(E&P) 사업과 비트레이딩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 13일 출시하는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쌍용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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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장기화는 소비자들의 알뜰 소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소형 SUV 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기본 모델 가격이 1790만 원(자동변속 모델 기준)으로 경쟁 모델보다 200만~400만 원 낮은 쌍용차(003620) 티볼리를 시작으로 현대차도 뒤질세라 신형 투싼을 내놓고 투싼보다 작은 소형 SUV 신모델 국내 출시 카드도 검토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도 지프의 소형 모델 레니게이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등 5종의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
통신분야 역시 보급형 스마트폰과 ‘반값 이동통신’ 알뜰폰이 점유율 10%를 노리는 등 인기를 끌 전망이다. 다만, 방송은 씨앤앰 등 케이블TV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힘든 처우가 지나친 출혈·저가 경쟁이었다는 평가에 따라 유료방송 제값 받기 정책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결합상품 제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