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3배 쌓아준다고?..현대카드의 '꼼수'

by이현정 기자
2012.09.26 07:15:00

금감원, 현대카드 M포인트 확대 계획 '제동'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현대카드 ‘M’을 3년째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김 모씨(38)는 포인트가 15만점 넘게 쌓였다. 포인트 사용을 위해 ‘M포인트 몰’에서 물품을 사려던 김씨는 턱없이 비싼 가격에 마음을 접었다. 대신 ‘기프트카드’로 교환하려던 김씨는 15만점으론 10만원짜리만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따져 물었으나 원래 그렇다는 얘기만 들었다. 5만 포인트를 손해 본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던 김씨는 결국 신청했던 기프트카드마저 취소했다.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를 최대 3배로 늘리겠다는 현대카드의 파격적인 계획에 금융감독원이 꼼수에 불과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25일 금융당국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M’카드에 쌓이는 M포인트 적립률을 현재보다 2~3배 높이는 내용의 부가서비스 변경 승인 요청서를 금감원에 냈다.

수수료 수입 감소 등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다른 카드사들은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제안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M카드는 단일 카드로는 국내 최다 유효회원 830만여명을 가진 대표적인 포인트 적립 카드다. M포인트는 교통카드·택시·영화 결제금액의 3%를 포인트를 쌓아주는 등 다른 카드의 배가 넘는 적립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막상 M포인트를 현금으로 계산하면 고객들이 적립된 만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구조라며 승인을 보류했다.



대부분의 카드포인트가 ‘1포인트=1원’으로 계산하는 반면 현대카드의 기프트카드 교환 비율은 1포인트가 0.67원 정도다. 김씨처럼 15만 포인트가 쌓였다면 15만원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카드의 10만점과 비슷한 값밖에 못한다는 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이 현대·기아차를 살 때 M포인트를 2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건 현대차가 70%를 부담하기 때문”이라며 “안 그래도 M포인트 사용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많은데 무턱대고 승인해 줬다간 현대카드에 속았다는 민원이 빗발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대카드에 포인트 결제비율을 높이거나 포인트 산정 방식을 수정하는 등 고객이 실질적인 포인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오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대카드는 카드 약관에 교환비율이 다르다는 내용을 사전에 알리고 있고 포인트 자체를 많이 쌓아주는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도둑맞은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다른 카드사 포인트보단 그래도 유리하다”며 “혜택을 늘리겠다는 데도 금감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