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추락..伊 `위험수위`(종합)

by이정훈 기자
2011.11.10 06:23:49

伊 국채금리 7% `훌쩍`..정국 불확실성도 한몫
경제지표 호조 `무색`..금융주 약세장 주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다시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7%를 훌쩍 넘기면서 위험수위가 점차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389.24포인트, 3.20% 급락한 1만1780.9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대비 46.82포인트, 3.67% 낮은 1229.10을, 나스닥지수는 105.84포인트, 3.88% 추락한 2621.65를 각각 기록했다.

이탈리아 악재가 분위기를 장악하며 장중내내 제대로 된 반등시도 조차 없을 정도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

개장전부터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는 위험수준으로 불리던 7%를 상향 돌파하면서 7.4%대까지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직매입으로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7.2%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7%대의 국채금리는 대체로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인식되며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의 상환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도 국채금리가 7% 수준까지 오른 뒤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나마 장중에는 그리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공식 사퇴를 밝히고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고 했고, 미국의 9월 도매재고도 판매 호조로 23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힘이 되지 못했다.

역시 금융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5.67% 추락한 가운데 JP모간체이스도 7.08% 떨어졌다. HSBC는 실적 부진과 향후 전망 악화까지 겹치며 8% 이상 급락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고 메이시스 역시 연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시스코와 그린 마운틴은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 우려로 각각 3%대의 하락률을 보였고, 어도비시스템즈는 750명의 임직원을 감원한다는 발표로 7.69% 하락했다.

반면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골드만삭스가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덕에 1.42% 상승했다.

◇ "그리스 총리, 파파데모스 유력"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겸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가 그리스의 차기 총리로 유력해졌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 "파파데모스 전 부총재를 총리로 내정했고 본인도 이날 오후 이를 수락했다"며 "그는 유럽연합(EU)과의 2차 구제금융 지원 합의을 수용하기 위해 서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요 정당 대표들들도 서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파판드레우 총리, 제1야당인 신민당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 극우정당인 라오스의 게오르기오스 카라차페리스 당수 등과의 회동 직후 성명을 통해 "새 총리를 누구로 선임할지를 놓고 10일에도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리스는 거국내각을 이끌 총리 선임을 두고 집권 사회당과 신민당, 라오스 등 사이에 이견이 커 필리포스 페트살니코스 국회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졌었다.



◇ 伊 "연립정부 구성 또는 총선 곧 확정"

이탈리아가 조만간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 또는 조기 총선 실시 여부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 결정에 관해서는 어떠한 불확실성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어떠한 의심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며 성명서 의도를 밝힌 그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새로운 경제개혁법안이 의회에서 처리되기만 하면 바로 사퇴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이제 불과 며칠 정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현지 통신사인 ANSA를 인용, 자안프랑코 피니 이탈리아 하원의장이 "오는 13일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상원이 일단 11일까지 법안을 처리한 뒤 넘기면 하원은 13일까지 이 법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탈리아 국채 `한계상황`

유럽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오전중 곧바로 7%를 뚫고 올라가더니 장중 한때 7.4%까지 상승했다. 7%를 넘은 것 자체가 지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었다.

7%대의 국채금리는 시장에서 대체로 지속 불가능한 한계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탈리아 국채의 상환 가능성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도 국채금리가 7% 수준까지 오른 뒤 하락하지 못하자 구제금융을 요청한 바 있다.

이 탓에 시장에서는 이탈리아의 디폴트 우려가 제법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채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는 536bp(5.36%포인트)까지 뛰면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깼다.

특히 더 우려스러운 점은 유로존내 최대 채권 청산기관인 LCH클리어넷(Clearnet)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해 더 많은 위험 담보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험이 커지자 ECB는 즉각 유통시장에서 2년과 10년만기 이탈리아 국채를 적극적으로 직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채금리는 7.2%까지만 내려왔다.

◇ 전문가 60% "유로존 리세션 온다"

경제 전문가들 10명 가운데 6명은 유로존 경제가 내년에 리세션(경기침체국면)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 경제성장률도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로이터가 유로존내 65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폴(POLL)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가 "내년 유로존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실시했던 폴에서의 40%보다 20%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유로존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내년에 평균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올해 전망치인 1.6%보다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9월까지만해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2%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에 이어 내년초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25%인 금리는 내년초에 사상 최저인 1.0%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