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양적완화 기대감에 상승..다우 0.4%↑

by피용익 기자
2010.09.29 05:32:05

경제지표 부진에 연준 개입 관측 확산
월그린 실적 호재에 제약주 일제히 상승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28일(현지시간) 거래를 상승세로 마감했다.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됐지만, 오히려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주요 지수가 반등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46.10포인트(0.43%) 상승한 1만858.14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82포인트(0.41%) 오른 2379.59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5.54포인트(0.49%) 뛴 1147.70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등락을 반복했다. S&P-케이스쉴러 7월 주택가격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상승률이 4개월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이 부담을 줬다.

유럽에서 전해진 소식들은 위기 우려를 높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과 앵글로아이리쉬뱅크에 대한 구제 비용이 35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또 개장 후 발표된 컨퍼런스보드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7개월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다우 지수가 80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주요 지수는 한 때 급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경기 회복세 둔화가 확인됨에 따라 연준이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고, 주가는 오후 들어 반등했다.

또 드러그스토어 업체인 월그린의 실적 개선으로 인해 제약주가 일제히 상승한 점도 주요 지수의 상승세를 지지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상승 종목은 22개에 달했다. 화이자가 1.51% 오르며 다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S&P500 지수의 주요 업종 중에서는 헬스케어, 에너지, 소비재 관련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월그린의 실적 개선 소식이 제약주와 헬스케어주에 호재가 됐다. 월그린은 의약품 판매 호조로 인해 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이 7.4%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그린은 실적 호재를 반영하며 이날 주식시장에서 11.40% 뛰었고, 경쟁 업체인 CVS도 2.74% 상승했다.

화이자 등 주요 제약사들의 주가가 대체로 오른 가운데 의약품을 제조하는 존슨앤존슨(J&J)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구강청정제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0.64% 올랐다.

기업 인수합병(M&A) 재료도 제약주 상승을 도왔다. 엔도 파마슈티컬즈는 이날 퀄리테스트 파마슈티컬즈를 1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엔도의 주가는 8.13%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미국 2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이 지난 7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S&P-케이스쉴러가 발표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다만 시장 예상치인 3.1% 상승을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첫 하락을 기록했다.

또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이달 큰 폭으로 하락하며 7개월 최저를 기록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8.5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수정치인 53.2보다 낮아진 것으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9월 지수가 52.1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된 영향으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면서, 필요할 경우 양적완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섰던 작년과 달리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매입에 나서는 양적완화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입 규모는 매월 1000억달러 규모 이하로 한 뒤 FOMC를 열 때마다 국채 매입을 지속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연준이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빗나가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최소 1조달러 규모 이상 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고, CNBC의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말 5000억달러 규모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