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혼조..`연준 지원책vs기술주 악재`

by전설리 기자
2008.11.26 07:03:52

연준, 모기지·소비자대출 시장에 8000억弗 투입
시스코 공장 가동 중단→기술주 하락
이틀간 폭등 뒤 경계 매물 가세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원책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 주식시장은 시스코시스템즈의 공장 가동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권으로 밀려난 뒤 등락을 거듭한 끝에 혼조세로 마쳤다. 나스닥이 홀로 하락,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틀간 폭등에 따른 경계 매물도 랠리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이틀간 다우 지수는 900포인트 가까이 치솟아 198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바 있다.

연준은 이날 모기지와 소비자 대출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총 8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로 하향 수정됐다. 9월 주택가격도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11월 소비심리는 예상 밖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8479.47로 전일대비 36.08포인트(0.43%)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64.73으로 7.29포인트(0.5%)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857.39로 5.58포인트(0.66%) 올랐다.

국제 유가는 7% 가까이 떨어지면서 50달러선으로 물러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3.73달러(6.8%) 하락한 50.77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50.52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하향 수정되면서 경기후퇴에 따른 수요둔화 전망이 고개를 든 결과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주택매입자와 소비자, 중소기업의 신용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총 8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우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으로부터 6000억달러의 채권과 모기지유동화증권(MBS) 등을 매입하기로 했다.

연준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으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의 채권을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지니매로부터 최대 5000억달러의 MBS를 사들이기로 했다.

연준은 "이같은 조치로 주택 매입자들의 신용여력이 확대됨으로써 주택시장을 부양하고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또한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라는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 학자금과 자동차, 신용카드 등 소비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2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연준은 소비자 및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를 담보로 발행된 `AAA` 등급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보유한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2000억달러를 대출해준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미국 재무부는 7000억달러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구제금융 가운데 200억달러를 연준의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지원책 효과로 금융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씨티그룹(C)이 2.2%, JP모간체이스(JPM)가 7.9% 각각 올랐다. 골드만삭스(GS)도 6.5% 뛰었다.


반면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CSCO)가 6% 떨어졌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이날 10억달러 비용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과 캐나다 소재의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5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다른 기술주들도 밀려났다. 휴렛패커드(HPQ)가 5.9%, 인텔(INTC)이 3.2% 각각 내렸다.





미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0.5%로 하향 수정됐다. 미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GDP 성장률이 잠정치 -0.3%에서 -0.5%로 하향 수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최대 하락폭. 그러나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6%는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이로써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2%로 경기후퇴기였던 지난 200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뒤 1분기와 2분기 플러스(+)권을 유지했으나 다시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GDP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소비지출 감소율은 당초 발표됐던 31%에서 3.7%로 수정됐다. 이는 17년만에 첫 감소세로 감소폭은 28년래 최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은 8.7% 감소에서 9.2% 감소로 수정됐다. 이는 지난 1947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수출 증가율은 5.9%에서 3.4%로 하향 수정됐다. 주택건설투자도 17.6% 급감, 11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의 위축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4분기 GDP 성장률이 -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RBS 그리니치 캐피탈은 "4분기는 의심할 여지 없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코비아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경기후퇴(recession)는 분명 더 길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은 지난 9월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 지표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 & 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대 대도시의 9월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7.4%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9월 주택가격은 8월에 비해서는 1.8% 하락했다. 이로써 3분기 주택가격은 전년동기대비 16.6% 떨어졌다. 역시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20개 도시 전역의 주택가격이 전월과 전년동월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전월에 비해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격 하락률이 3.9%로 가장 컸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피닉스가 31.9%로 가장 가파른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2003년~2006년 52% 가량 오른 뒤 2007년 1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데이비드 블리처 S&P 지수위원회 회장은 "금융위기가 이미 펀더멘탈이 취약해진 주택시장에 추가적인 하향 압박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11월 소비심리는 예상 밖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폭락 덕택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치였던 전월의 38.8(수정치)에서 44.9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9를 웃도는 수준이다.

향후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 지수가 전월의 35.7에서 46.7로 상승했다. 반면 현행 지수는 43.5에서 42.2로 하락했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마이크 잉글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와 재무부의 일련의 구제, 주가 추락 등이 소비 심리를 악화시켰다"며 "그러나 유가 대폭락과 대선 등이 소비 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