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바겐세일 ''개봉 박두''

by좌동욱 기자
2008.08.17 10:46:56

(주간 전망대)소득세율 인하안에 ''촉각''
유가 하락·달러 강세 지속될까?
빠르면 이번 주 공기업 선진화 추가대책 발표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베이징 발 '금빛 낭보'가 잇따르면서 그간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국내 경제를 괴롭혀왔던 각종 악재도 걷힐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전반을 짓눌러왔던 기름값이 하락 안정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대통령 지지도는 30%선을 회복하자 앞으로 경제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정부 경제 정책 중에서는 다음주 월요일(25일) 발표될 올해 세제 개편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야 정치권이 각종 감세안을 남발한 데다 예상보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어, 세금 '바겐 세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글로벌 경제에선 유가 하락- 달러 강세 추세가 지속될 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물가 안정을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정부 정책 기조도 이런 국제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5일 정기 국회에 제출할 세제 개편안을 확정, 발표한다.

새 정부는 출범 당시 지난 30년간 부분적으로만 수정해왔던 '누더기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고 호언 장담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정부가 실제 징수한 세금이 당초 예상했던 세입규모보다 많아지면서 조세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정부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세입예산안을 초과한 세수(세계잉여금)는 지난해 15조3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야심찬 계획은 고유가 대책으로 정부가 각종 감세 수표를 남발하면서 헝클어졌다. 정권 출범 초 유류세 인하, 지난 6월 소득세 환급을 골자로 한 고유가 종합대책 등으로 수조원씩 이르는 뭉텅이 세금을 이미 쓰거나 앞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MB정권 핵심 공약인 법인세까지 5%포인트 깎아주겠다고  결정하면서 앞으로 5년간 8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감세 카드를 미리 다 공개한 셈인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감세와 증세 카드를 함께 발표해야 국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이제 남은 굵직굵직한 정책들은 증세안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그동안 비과세해왔던 미술품·골동품 양도소득세,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세, 교육·의료비 부가가치세 일부를 과세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은 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그간 금기시돼 왔던 부동산 세제와 부가가치세까지 깎아주겠다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제출하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늘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힘들어진 서민 생활고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정치논리가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정부가 당초 검토했던 각종 증세안과 비과세·감면 축소 계획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계획에 없던 감세안이 추가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 시점을 2010년에서 2009년으로 앞당기는 한편 세율 인하 폭도 당초 계획했던 1%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사업용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토지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낮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반기 주요 경제 이슈 중 하나가 국제유가 움직임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달 중순부터 하락 추세로 반전, 지난 한달간 가격이 22%나 빠졌다. 이번 달 들어서는 거래일 11일 중 종가 가격이 하락한 날만 9일이다.

유가 하락 자체로만 따지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가 등 고원자재가로 치솟았던 물가 부담이 완화된다. 유가가 약 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 지난해 10월부터 소비자 물가가 본격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올해 4분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제조 원가를 떨어뜨려,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경기가 동반 침체될 경우 그간 국내 경제를 홀로 버텨온 수출 경기가 꼬꾸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 하락에 발맞춰 달러 강세 추세가 지속될 지 여부에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원화가치가 평가 절하(환율 상승)될 경우 국내 수입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체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만큼 달러 강세가 일시적 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밖에도 MB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 2차 방안이 이번 주나 다음주 중 공개된다.

이번 대책에서는 공기업 선진화 3가지 방안 중 민영화를 뺀 통폐합, 기능 조정 방안이 주를 이룬다. 통폐합 기관이 30여곳, 기능조정 기관은 5~10개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월 초로 예정된 3차 개혁 방안에는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기관 중심으로 주로 기능조정 방안 등의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도로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늦어도 이번 주 중 타결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타결될 듯 보였던 여야간 협상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대한 이견이 다시 불거지면서 결국 결렬됐다. 한나라당은 오는 18일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당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키겠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18대 국회 출범 후 2개월이 넘도록  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