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화 인프라 구축·환경표지 인증 서둘러야"

by하지나 기자
2024.11.25 05:50:01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재활용 한계..생분해 플라스틱 대안 부상
伊 세액공제, 日 2030년 197만t 확대
법적 근거 미비, 바이오가스화 처리 안돼
中 수입 비중 80%..정부 지원 정책 시급

[황성연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세계 최대 석유 화학기업인 엑슨모빌을 고소했다. 엑손모빌이 재활용으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플라스틱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며 기만 행위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석유화학업계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그동안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다수의 국가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을 펼치고,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를 전면 부정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실제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60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12억3100만톤(t)으로 2019년 4억6000만t 대비 3배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재활용은 여전히 5분의 1 미만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재활용만으로 플라스틱 수요 및 생산량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각되는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사탕수수, 옥수수 등 주로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상태의 토양이나 바다에서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한때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두고 ‘그린워싱(친환경 위장)’ 논란도 제기됐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의 경우 자연상태가 아닌 특수 퇴비화 조건에서 썩는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PLA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PET 대비 kg당 1.9kg 적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PLA의 주원료인 옥수수나 사탕수수 재배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은 훨씬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소각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탄소중립적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11년 생분해성 봉투 사용을 의무화했으며, 2022년부터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비에 대해 1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25% 감축, 바이오 플라스틱 연 생산량 197만t 확대를 목표로 중장기 로드맵 수립하고 자원순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2003년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환경표지인증을 부여했다가 2022년 국내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퇴비화 설비가 없다는 이유로 친환경 인증을 중단했다. 하지만 업계 반발에 정부는 2025년부터 친환경 인증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인증 효력은 올해까지 허용키로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이를 2028년으로 유예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별도 처리 설비가 없어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는데,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수도권에서는 2026년부터 종량제 봉투 매립이 금지돼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모두 소각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별도 퇴비화 설비가 없더라도 아예 처리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수찌꺼기, 분뇨, 음식물쓰레기 등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혐기성 소화 시설을 활용하면 된다. 실제로 PLA의 경우 저온 상태에서도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법률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유기성 폐기물로 분류되지 않아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처리할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생분해플라스틱의 유기성 폐자원 통합 바이오가스화’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실증사업을 마무리하고 실제 법제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석화사들은 친환경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LG화학의 경우 땅에 묻으면 6개월 내 자연분해 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인 PBAT 제품을 컴포스트풀(COMPOSTFU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PBAT 생산을 위해 충남 대산에 연간 5만t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SKC의 경우 친환경 소재사업 투자사 SK리비오는 2025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 5월 베트남에 연간 7만t 규모의 PBAT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동성케미컬은 울산공장에 생분해성 포장재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한 이노베이션 테크센터 ‘바이오플라스틱 컴플렉스(Bioplastic Complex)’를 오픈하고 국내 최초로 스티로폼을 대체할 퇴비화가 가능한 비드폼을 개발했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 육성을 위한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마저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생분해 플라스틱의 수입액은 162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입액(148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특히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128억달러)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퇴비화 시스템 마련 등 인프라 구축 및 환경표지 인증기준 세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