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11 05:00:00
국회 법사위가 그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촉구 국민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를 19, 26일 두 차례 열기로 했다. 증인으로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39명을 채택했다. 국민의힘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 의결이다. 탄핵 청원에 130만여 명이 동의한 데 대한 적법 절차라는 게 민주당 주장이지만 국민 청원을 이유로 한 사상 초유의 청문회다. 법률 위반 논란과 함께 여야 극한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은 국민 청원의 대통령 탄핵 사유가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내용의 청원은 접수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김 여사 관련 의혹 등은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탄핵 사유로 든 전쟁 위기 조장, 강제 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방조 등은 민주당과 야권이 윤 정부 공격 때마다 내세운 논리와 판박이다. 일방적 주장과 선동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공무 수행이 불가할 때 내리는 극단적 조치의 근거로 든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 때도 146만 명이 탄핵을 청원했지만 청문회를 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상식밖의 힘자랑이자 탄핵 중독이다.
청문회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의 수사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무리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비판과 역풍이 거세지자 이를 모면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윤 정부 출범 후 13건에 달한 탄핵안 발의 기세를 몰아 대정부 공세 고삐를 더 바짝 조이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7·23 전당 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는 것을 틈탄 밀어붙이기다.
22대 국회 개원 후 40여 일이 지났지만 민생은 논의 대상에서 실종됐다. 중단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다시 시작될 기미도 없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특별법, AI 기본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법안들도 모두 관심 밖이다. 입만 열면 민생을 챙기겠다던 의원들의 약속이 사탕발림이었음을 국민은 또 체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