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E 지표에 달렸다…6월 금리인하 유지될까[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4.03.29 05:50:22

뉴욕증시, 성금요일 휴장 앞두고 보합 마감
월러 '매파' 발언에도…시장은 '눈치보기'
美4분기 GDP 상향…탄탄한 고용시장 여전
국채는 약세…2년물 국채금리 5.8bp↑·달러 강세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보합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 ‘성금요일’ 휴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눈치보기’에 전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일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를 보고 향후 시장 방향을 가늠하겠다는 심리가 강했다.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전반적인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금리 인하를 더 미루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증시엔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시장은 어찌됐든 6월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여전히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국채금리는 상승했고, 달러가치도 소폭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며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2% 상승한 3만9807.37을 기록했다. 1%만 오른다면 4만선을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도 0.11% 오른 5254.35를 기록하며 소폭이나마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12% 떨어진 1만6379.46에 거래를 마쳤다.

3월 한달간 S&P500지수는 3.1%, 나스닥은 1.8%, 다우지수는 2.1% 올랐다. 3대지수 모두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1분기동안 S&P500지수는 10.2% 상승하며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5.6% 상승, 나스닥은 9.1% 올랐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점을 다시 입증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확정치)이 연율 3.4%로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는 3.2%였는데 이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GDP가 상향조정된 것은 지난 연말 예상보다 강한 소비 덕분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부터 저축고갈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탄탄한 고용시장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4분기 소비지출은 3%에서 3.3%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미국의 경우, 소비지출은 전체 GDP의 약 70%를 차지한다.

고용상황도 여전히 탄탄했다. 지난주(3월 17일∼2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 주 전보다 2000건 줄어든 21만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21만4000건)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빌레어 앤 컴퍼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영은 “경제는 꽤 좋은 상태고, 소비자는 꾸준히 소비를 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돈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크게 과열되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증시도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올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냈지만, 시장엔 큰 충격을 주진 않았다. 그는 뉴욕경제클럽(ECNY)의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실망스럽고,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 가능한 궤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금리를 이전보다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면서 “최근 데이터를 고려해 전반적인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금리 인하를 더 미루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금리인하는 올해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을 달랬다. 그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추가 진전이 예상되는 만큼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카드가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인 아니다”고 언급했다.

월러 발언은 내일 발표될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 PCE상승률이 전월대비 0.3%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원 PCE 상승률 예상치는 2.8%로 전월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시장 예상치보다 강한 지표가 나올 경우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장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3.6%를 가리키고 있다.

전날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0.12% 소폭 반등했다. 엔비디아는 3월 한달간 14.2% 올랐고, 1분기간 82.5%나 급등했다.

반면 테슬라는 2.25% 하락했다. 중국의 샤오미가 40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가격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 메타(-1.68%), 넷플릭스(-1.01%), 애플(-1.06%), 마이크로소프트(-0.17%) 등 매그니피센트7이 대체로 부진했다.

국채금리는 엇갈렸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8bp(1bp=0.01%포인트) 오른 4.628%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월러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1bp 오른 4.206%를 기록 중이다.

달러는 이날도 소폭 오르며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하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2% 오른 104.56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에도 엔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05% 오른 151.40엔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82달러(2.24%) 오른 배럴당 8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상향되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줄어들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증시도 보합세로 마감했다. 독일 DAX지수는 0.08%, 프랑스 CAC40 지수도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FTSE100지수는 0.2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