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교부금의 저출산 대책 활용, 실보다 득 훨씬 크다

by논설 위원
2024.01.11 05:00:00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이 8년 뒤에는 지금의 2.5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중기(2023~2032년) 재정전망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2년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3039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1인당 교육교부금 추정치(1207만원)의 2.52배에 달한다. 1인당 교육교부금이 비정상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으로 매년 학생수는 주는 반면 교육교부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2000~2020년) 동안에도 학령인구가 265만명이나 줄었지만 교육 예산은 거의 5배로 불어났다. 그 결과 교육청들은 늘어난 교육 예산을 주체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나눠 주거나 ‘입학 준비금’ 등 명목으로 현금을 뿌리고 있다. 감사원의 최근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불필요하게 지출된 교부금은 무려 14조원에 이른다.



이런 낭비와 비효율은 불합리한 교육재정 제도에서 기인한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 수요와 상관 없이 매년 세금 수입이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교부금이 자동으로 증액되는 방식이다. 인구가 급증하던 시절 부족한 교육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교부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면 향후 40년간(2020~2060년) 총 1000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마침 정부가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을 저출산 대응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11조원 규모의 저출산 기금 또는 저출산 특별회계를 신설해 육아휴직급여, 아동수당 등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말 세부 내용을 논의했다고 한다. 교육재정 합리화와 저출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다. 일선 교육청의 상당수가 난색을 표명했다지만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저출산 대책에는 교육계도 힘을 보태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