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 덩치 키우는 ETF…주식 대신한 채권·금리형
by이은정 기자
2023.10.30 06:00:00
국내 ETF 순자산 108조원, 올해 38% 증가
코스피 시총 대비 비중 5.9%로 지속 상승세
고금리 국면 주식형→채권·금리형 주도권 이동
월배당 수요도 부각…변동성 피할 ETF 주목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치솟는 국채금리가 자산시장 전반을 압박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안으로 삼는 양상이다. 증시 횡보세에도 ETF 시장은 연초 이후 약 38% 성장했고,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고금리 국면 채권·금리형 상품을 통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2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26일 기준 108조853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1831조640억원) 대비 5.9%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대비 ETF 순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4.4%에서 올해 8월(5.3%), 9월(5.6%)에 이어 지속 증가세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며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9월 말(109조369억원) 대비 1조원가량 줄었지만, 지난해 말(78조5116억원)과 비교해서는 37.67% 늘어난 수치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3.65%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며 개별 주식 대비 자산군별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ETF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시가 흔들리자 그간 ETF 시장을 주도하던 주식형이 주춤하고 채권·금리형 상품이 덩치를 키우며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국내 ETF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5위권 내 KODEX 200을 제외하고 모두 채권·금리형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6조9746억원)는 ETF 시장 개화 이후 부동의 1위였던 KODEX 200을 제치고 지난달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금리 인상과 맞물려 증시 횡보세가 계속되자 자금 유입이 확대됐다. 이어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가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사들도 시장 흐름에 맞춰 채권·금리형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글로벌 운용사 1위인 블랙록과 협업해 미국 하이일드·인플레이션국채·회사채 액티브 ETF 재간접형을 국내 시장에 처음 상장했다. 신한자산운용, BNK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도 초단기채, 국고채10년, CD금리형 등 상품의 신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관의 수요를 공략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처음으로 기관 수요를 고려해 금융채 중심의 TIGER24-12금융채(AA-이상)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는 회사채에 대해 접근이 제한적인 경우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금융기관 발행 채권과 관련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국면에도 매월 일정한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월배당 ETF도 대안으로 주목된다. 고배당주는 하락장에서 시장의 성과를 웃돌아, 증시 상승 폭이 제한적이거나 하락을 예상할 경우 선택지로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9월까지 국내 상장된 월배당 ETF에는 채권·리츠 상품을 중심으로 1조4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중 ARIRANG 고배당 ETF는 지난달 주가가 고점을 경신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말 기준 고배당 지수 예상 배당수익률은 6.1%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고, 3~6개월 뒤 주가는 ‘플러스’(+)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형 ETF의 인기로 국내 ETF 시장이 올 들어 100조원을 돌파한 반면 코스피 시총은 쪼그라들었고, 향후 유동성의 감소는 증시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고금리 압박과 경기 부담에 따른 증시 부진에도 성장하고 있는 ETF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