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포스코 계열사 시총 보름새 31조 증발…'중소형주 시간' 오나

by양지윤 기자
2023.08.16 06:00:00

2차전지·반도체株 급락에 美 금리·中 부동산 우려까지
코스피 대형주 이달 들어 2.8% 내려
기존 주도주 차익실현 더해 경기 리스크 부각
경기 영향 적고 저평가된 중소형주 강세 시작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양지윤 김응태 기자] 2차전지 테마주 열풍이 사그라지고 미국 금리 상승과 중국 부동산 리스크 우려가 부각하며 대형주에 대한 투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에코프로와 포스코 관련 4개 종목의 경우 매도세가 심화하며 시가총액이 보름 새 30조원 넘게 증발하기도 했다. 그간 상승세를 나타냈던 반도체와 같은 성장주는 차익실현 욕구에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중소형주는 대형주의 지수 상승률을 웃돌며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종목에 쏠렸던 수급이 점차 분산하면서 경기의 영향을 덜 받거나 저평가 모멘텀이 부각하는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순환매 장세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 대형주는 2551.29로 마감해 전월 말(2624.80) 대비 2.8%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는 0.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형주는 2383.69를 기록해 0.3% 소폭 내려 선방했다.

코스닥에선 편차가 더 컸다. 코스닥 대형주는 지난 14일 2101.99로 마감해 전월 말(2283.57) 대비 7.95% 내렸다. 중형주도 하락했지만, 낙폭이 0.21%로 크지 않았다. 코스닥 소형주는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2918.28로 장을 마쳐 7월 말(2894.07)보다 0.84%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과 상반된 모습이다. 7월 한 달간 코스피 대형주는 2.7% 상승했다. 코스피 중형주 상승률은 3.64%로 더 높았지만, 소형주는 0.27% 하락해 부진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대형주가 20.2% 급등한 반면, 중형주는 0.63% 상승에 그쳤다. 소형주는 3.23% 하락해 부진했다.

대형주가 이달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우선 기존 주도주에 대한 차익 실현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시장의 강세를 주도해온 반도체, 코스닥 시장을 이끈 2차전지가 이달 들어 매도세가 심화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4일 6만7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월 말(6만9800원) 대비 3.58% 하락한 수준이다.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선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와 포스코퓨처엠(003670),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 등 4개 종목의 시총은 지난 14일 기준 142조6214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173조8587억원과 비교해 31조2373억원(17.97%) 감소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15거래일간 30% 떨어졌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 시장 흐름과 우리 시장이 동조화를 보이는 가운데 2차전지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이달 들어 조정 양상을 보여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되돌려지는 환경에 있다”고 짚었다.

2차전지와 반도체주 등 대형주를 매도한 후 투심이 경기 영향이 덜한 바이오 또는 저평가·단기 모멘텀이 부각되는 화장품, 초전도체 등으로 향하며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8월1~14일) 코스피 중형주 중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에이프로젠(007460)으로, 66.22% 올랐다. 에이프로젠은 면역항암 이중항체 개발로 주목을 받으며 매수세가 쏠렸다.

주가상승률 2~3위에는 롯데관광개발, 삼양식품이 각각 올랐다. 롯데관광개발(032350)은 51.38%, 삼양식품(003230)은 46.2% 뛰었다. 롯데관광개발은 중국 정부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수혜로, 삼양식품은 호실적에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소형주 중에서는 초전도체 관련주인 덕성이 130.54%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유니켐(011330)(103.03%), 한국화장품(94.29%)이 차지했다. 코스닥 중형주에서는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인 신성델타테크(065350)가와 원익(032940)피엔이가 각각 163.5%. 54.11%로 1·3위를 기록했다. 대장암 조기진단 관련 바이오주인 지노믹트리(228760)도 83.4% 오르며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코스닥 소형주 주에선 파워로직스가 180.7%의 상승률로 1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매크로(거시경제) 영향을 탈피해 차별화된 수급이 나타날 수 있는 종목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내 수급적인 요인들이 매크로의 영향을 상쇄하며 증시 전반적인 방향성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2차전지 수급 공방에서 이탈한 자금이 코스닥 내 주도주로 재차 부상하려는 바이오 업종이나, 주도 테마주로 복귀를 시도하는 화장품, 면세, 카지노 등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로 옮겨갈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