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엑세스]상반된 신호와 함께 다가오는 경기침체

by방성훈 기자
2023.07.29 08:30:00

샤믹 다르 BNY 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

[샤믹 다르 BNY 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사다난했던 상반기가 지나고 3분기가 시작된 현재, 경기침체와 관련이 깊은 주요 경기지표가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직은 경기침체 발생 가능서잉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침체에 들어섰지만 그 외 주요국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노동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수차례의 금리인상에도 심각한 수준의 투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만 보면 경기침체는 아직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경기침체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국 제조업 구매자 관리자 지수(PMI)가 50을 밑돌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모두 재고가 증가해 최종 수요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생산자물가가 -5%에 달하고 소비자물가는 0%에 가깝게 유지되는 등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경기침체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신용경색으로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다.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예금유출을 겪고 있는 미국 소규모 지역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상업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공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금유출로 대출이 축소되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금융기관 주가와 보유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금 은행의 대출여력을 악화시킨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신용경색에 따른 즉각적 경제위기가 촉발되지 않는 경우에도 경기침체는 일어날 수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다. 신용경색은 미국에서 발생 가능성이 특히 높은 리스크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는 미국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국가는 금리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 이는 내년 경기침체가 뒤따를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연착륙 불씨도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미국에서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유럽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글로벌 경제가 탄력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또한 노동시장이 급격한 실업률 증가 대신 임금증가세 둔화를 통해 조정된다면, 경기침체를 피해가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은 약 20%정도 수준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시장은 항상 예측불허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서로 상반된 신호들이 뒤섞여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아직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경기침체가 찾아오는 것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변화하는 환경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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