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에 컴백홈 韓기업들 러시…홀로 외면받는 대전

by박진환 기자
2023.01.19 06:00:00

최근 9년간 국내복귀기업 126개사…충청권에 26개사 리턴
각종 인센티브에 코로나·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영향 미쳐
대전은 소극적 기업·투자유치에 산업용지 부족 등 수혜 ‘0’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 10여년간 대전은 단 1개의 기업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과 인천, 울산 등 타 광역시는 물론 세종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지자체들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최근 발표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9년 동안 국내복귀기업은 모두 126개사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97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 15개사, 미국 4개사,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2개사, 기타 6개사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과 전북, 경기에 각 18개사가 복귀했으며, 경북(17개), 경남(16개), 부산(10개), 인천(7개), 대구·충북(5개), 세종·광주·울산(각 3개), 강원(2개), 전남(1개) 등이다. 충청권에서만 모두 26개 기업이 복귀했지만 대전에 입성한 기업은 전무했다.



그간 정부는 해외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2013년 12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을 시행, 국내 복귀로 확인시 조세감면, 금융·재정 및 연구개발 등을 지원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지원금을 확대하거나 전용 단지를 지정·조성, 복귀 전 과정의 맞춤형 지원 등 유치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법률 시행 초기 까다로운 복귀기업 선정 기준과 인센티브 혜택 등이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이 겹치면서 국내 복귀기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가중되면서 대기업와 중견 기업의 국내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복귀기업 중 중견·대기업의 비중은 37.5%(9개사)로 지난 9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업종도 반도체 및 모바일용 PCB, 반도체용 화학제품 등 첨단업종과 공급망 핵심 기업 6개사가 국내로 복귀했다.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기업들의 투자계획 규모는 모두 1조 1089억원으로 2019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당 평균 고용계획 규모는 74.8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복귀 러시에도 대전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기업이 국내 본거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타 지자체와 달리 대전시의 소극적인 행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의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민선6~7기 대전시는 산업용지 부족를 이유로 투자·기업 유치에 눈을 감았다”면서 “민선8기 출범후 산업용지 공급,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이미 타 지자체보다 늦게 출발, 국내 복귀기업 유치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국내 복귀기업 중 각 지자체가 자력으로 유치한 기업은 없다”면서 “그간 대전에서 해외에 진출했다가 다시 복귀 의사를 밝힌 기업 자체가 없었고, 산업용지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도 요인으로 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