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산 디플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

by송길호 기자
2022.12.27 06:15:00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저자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재정적자 가속으로 유동성 팽창이 빠르게 진행되며 부동산가격이 앙등하자 양도세, 취득세 같은 거래비용이 높아지며 부동산 거래단절 현상이 벌어졌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이 거래 없이 급등할 경우 거래 없이 추락하기가 쉽다. 우리나라는 거래절벽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가격조절기능이 상실된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오를 때는 사정없이 오르고 내릴 때는 마구잡이로 내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자산 가격급등락은 자본주의 체제만이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갑작스런 유동성팽창과 돌발 금융긴축 사이에서 반복되는 소용돌이다. 문제는 주가나 부동산 가격 급변동이 확대될 경우 자칫 경제위기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완화에서 갑작스런 금융긴축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위축,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로 진행된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새겨보자. 1990년 초부터 낮아진 금리가 2000년 초에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티저금리(teaser rate)’를 적용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주택담보대출이 활성화됐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저소득층 대출이 경쟁적으로 이어지며 주택가격이 급상승했다. 다시 급격한 금융긴축정책으로 전환돼 금리가 급등하자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저소득계층이 채무상환을 못하면서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됐다.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자산유동화로 금융기관 전체의 지급능력이 불안해지며 해외투자를 회수하면서 전 세계로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너도나도 보유 자산을 매각하려 드는 자산디플레이션(asset deflation)이 본격화될 경우 그 파괴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주변 환경이 어려운 국면에서 자산디플레이션 현상까지 겹칠 경우 후유증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부동산시장은 급격한 오름세나 내림세 모두 특별이익과 그에 상응하는 특별손실이 엇갈리면서 부의 비정상적 이동을 유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가계의 보유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0%에 육박한다. 대부분 가계는 크든 작든 부채를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자산디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순환에 가공할 영향을 미친다.



집단본능이 강한 사회에서는 유력인사들의 엉뚱한 발언이 시장심리를 교란시켜 오를 때는 추격매수, 내릴 때는 추격매도 현상이 벌어져 시장가격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논리적 근거 없이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 같은 허언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고 반발심리가 커지면서 지속적 가격상승을 유도한 꼴이 됐다. 그 반대로,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이 하락 조짐을 보이자 소위 전문가들이 논리적 근거도 없이 막연하게 부동산가격이 40~50% 하락할 것 같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부동산이 그렇게까지 하락하는 재앙이 벌어질 경우 한국경제의 회복능력은 크게 훼손될 게다.

문제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부채상환 같은 경제무기력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산을 헐값에 처분한 사람들과 이를 사들인 사람들 사이에 빈부격차가 한층 심각해지는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멀리 보는 자세로 자산 디플레이션 충격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국경제 경착륙에 따른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계나 기업 정부 모두 미래지향으로 대응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가계의 입장에서 볼 때, 여러 채가 아니고 사는 집 한 채만 소유할 경우, 거래비용이 높은 상황에서는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경기침체가 지나가고 나면 집 마련 열기가 번진다.(After a period of stagnation, a housing fever strikes)”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경기침체, 경제위기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려 유동성을 대폭 완화할 수밖에 없으니 화폐가치가 더 떨어져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이 꿈틀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