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문화재]①오징어 게임 '줄다리기'가 문화재였어?
by이윤정 기자
2022.10.18 06:00:00
2015년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
''영산줄다리기'' 등 국가지정 2건
''삼척기줄다리기'' 등 시도지정 4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나라의 문화재는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한반도 5000년의 역사는 수많은 보물과 국보, 사적 등의 문화재를 후대에 남겼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재를 막상 설명하려면 다소 헷갈리는 지식들이 있다. 국보와 보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윷놀이는 문화재인지 아닌지 등등. 이데일리의 새 연재 기획 ‘알쏭달쏭 문화재’는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했다. 함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두 발은 11자로 똑바로 놔. 줄은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그래야 힘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어.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신호가 울리고 처음 10초는 그냥 버티는 거야. 아랫배를 하늘로 쭉 밀어 올리고 머리는 뒷사람의 사타구니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힘껏 젖혀.”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세 번째 게임은 ‘줄다리기’였다. 힘없는 노인과 여성이 껴 있어 절대적인 불리함을 느낀 팀원들에게 일남은 줄다리기 묘책을 제시한다. 학교 운동회의 단골 종목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줄다리기. 하지만 줄다리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줄다리기는 전 세계적으로 하는 운동경기 중 하나로 긴 밧줄을 가운데 놓고 양쪽 편에 서서 정해진 시간동안 줄을 잡아당겨 줄을 많이 끌어온 팀이 이기는 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농경문화권에서 농사에 필요한 비와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이자 놀이로서 널리 행해져 왔다.
국가무형문화재란 국가에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예술적·역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무형의 문화재를 일컫는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줄다리기는 ‘영산줄다리기’(국가지정 제26호)와 ‘기지시줄다리기’(국가지정 제75호) 등 2건이다. 시도지정으로는 ‘삼척기줄다리기’(강원지정 제2호), ‘감내게줄당기기’(경남지정 제7호), ‘의령큰줄땡기기’(경남지정 제20호), ‘남해선구줄끗기’(경남지정 제26호) 등 4건이 있다.
‘줄다리기(Tugging rituals and games)’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이 협력해 줄다리기의 공동 등재를 추진한 결과 벼농사 문화권에서 행해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 이에따라 한국의 ‘영산줄다리기’ 등 문화재 6건이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영산줄다리기’는 경상남도 창녕군 영산면에서 전승되는 민속놀이다. 줄의 길이는 40∼50m이며 몸줄의 지름이 1m가 넘는 경우도 있어 사람이 줄을 타고 앉으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다. 줄이 커서 손으로 잡아당길 수가 없기 때문에 줄 중간중간 가늘게 만든 곁줄(벗줄)을 여러 개 매달아 잡아당기기 좋게 만든다. 줄 위에 올라선 대장이 지휘를 하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각 마을의 농악대는 빠른 장단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기지시줄다리기는 농경의식의 하나인 일종의 편싸움 놀이로 길쌈이라고도 한다. 줄의 길이는 50∼60m이며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이긴 쪽 차지가 된다. 과거 승부가 결정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칼로 줄을 끊어 갔다. 끊어간 줄을 달여 먹으면 요통이나 불임증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마을단위의 줄다리기는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줄다리기의 줄이 외형적으로 게를 닮은 ‘삼척기줄다리기’, 줄을 어깨에 걸고 엎드려서 서로 등을 지고 끄는 ‘감내게줄당기기’, 굵은 원줄에 가짓줄 100개 가량을 달아 힘을 겨루는 ‘의령큰줄땡기기’, 쌍줄다리기 놀이인 ‘남해선구줄끗기’ 등이 마을 민속놀이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