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1.07.06 06:00:00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최근 사설을 통해 “2년 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대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문제투성이의 악수였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의 신중론을 무시하고 총리 관저가 수출 규제를 밀어붙였지만 한국 기업엔 별 피해가 없이 일본 기업의 수출감소로 이어졌다”며 “어리석은 방책의 극치”라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한국 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촉발된 한·일 경제 마찰을 되짚어 본 이 사설이 두 나라 관계에 던진 메시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경제 등 다른 분야를 도구삼아 정치·외교 갈등을 풀려고 해서는 안 되며 이는 양국 관계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액의 손실을 재판과 무관한 일본 기업에 부담하도록 하는 게 좋을 까닭이 없다”고 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신문이 수출 규제를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듯 한·일 경제 교류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품목의 총액은 21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었다. 한국의 대일본 수출도 117억달러로 6.6% 증가했다. 급감했던 일본제 자동차와 맥주 등의 소비재 수입은 28.7% 늘었다. 반면 반도체 관련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의존도는 2년 새 31.4%에서 24.9%로 낮아졌다.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 가운데 교역도 질과 양에서 모두 수출 규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 대선 주자들로부터 잇달아 나온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닮은 꼴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개막(23일)을 코앞에 두고 나온 발언의 배경을 짐작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기준, 29개 종목 226명의 선수단 파견이 확정된 상황에서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을 정치적 이유로 거부하자는 주장은 선동에 가깝다. 경제는 물론 스포츠, 문화, 예술이 정치에 발목잡히고 우호와 교류가 희생되는 일이 더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