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19.10.12 06:00:00
최근 드라마화돼 방영 중, 만화 속 배경 ‘차별화’
조연 은단오가 중심이 돼 스토리 재구성 눈길
우리 삶 속선 우리가 주인공, 직관적 주제 ‘호응’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사람들은 영화 속 주인공에 열광한다.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동시에 영화 속 자잘한 조연과 엑스트라에 대해 눈여겨 보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카메라 포커싱 밖에 있는 캐릭터들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 거다. 모든 관심이 주인공에 쏠려 있는만큼 조연들은 말 그대로 주인공의 사랑과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실생활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가 현실 세계에선 일종의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TV나 뉴스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을 제외하면 우리는 ‘서민’이라는 표현 아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스스로를 생각한다.
다음웹툰 ‘어쩌단 발견한 7월’은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정통으로 꿰뚫고 있다. 우리 삶에서 우리는 조연이 아닌 스스로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신선한 주제와 배경으로 독자들에게 어필한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잘 짜여진 만화 속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이다. 판타지적 감성이 물씬 난다. 그럼에도 오묘하게 현실세계의 우리네 삶과 너무나 맥이 맞아 떨어진다. 창의적인 주제를 다룬 것만으로도 이 웹툰은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웹툰의 주인공은 여고생 ‘은단오’다. 은단오는 어느 날부터 자신의 기억이 잠깐씩 끊기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생기자 의아함을 느낀다. 은단오는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어 학생이다. 이상하다 생각하던 은단오 앞에 급식실에서 진미채를 퍼주는 ‘진미채 요정’(미남이다)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다. 놀랍게도 자신이 사는 세계가 현실이 아닌 만화 속 세상이라는 것. 더군다나 자신은 주인공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조조조조연 정도에 불과한 엑스트라다. 웹툰은 만화세계 속 엑스트라인 은단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 웹툰은 캐릭터 이름만으로도 성격을 알 수 있게끔 설정한 듯하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오남주’(남자주인공), ‘여주다’(여자주인공)다. 남·여 주인공의 멜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조연인 은단오만의 멜로도 시작된다. 우리가 그간 간과했던 조연들의 사랑이야기를 그의 시점으로 풀어나간다. 존재감 없는 조연 캐릭터가 이보다 더 존재감없었던 남자 캐릭터를 찾아 ‘첫사랑’을 이루는 신선한 스토리다. 독자들 역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신선함을 느낀다.
다만 순정만화 풍이어서 설정상 조연인 은단오가 너무나 ‘미인’(?)으로 나오는 등 작화 측면에선 비현실적인 부분도 일부 있다. 현재 ‘어쩌다 발견한 7월’은 모 지상파 방송에서 드라마로 방영 중인데, 오히려 드라마에 나오는 은단오가 더 현실적이고 조연(?)스럽다. 모든 캐릭터들이 다 미남·미녀이다보니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작화만 봤을 땐 구분이 가지 않는다. 따로 작가가 설명을 해줘야 알 정도인데 이 부분은 다소 아쉽다.(순정만화의 특성일 수도 있다)
웹툰은 은단오가 자아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찾는, 사소하지만 소중하고 설레는 하루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만화 속 조연이 주인공이라는 특이한 설정이 우리 삶에서 우리가 주연이라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고 사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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