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②유전자 분석해 '맞춤신약' 만든다

by김지섭 기자
2018.11.07 01:20:00

미국 NIH "유전자 정보에 따라 약물 반응성과 부작용 달라"
테라젠이텍스, 메드팩토 통해 환자 맞춤형 항암제 임상 진행
마크로젠, NGS 기반 항암제 투여 지표 개발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아플 때 먹는 약들이 모든 환자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가 약물에 대한 반응도 각각 달라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뇌 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 등 항응고제를 복용한다해도, 이와 관련된 유전자(VKORC1, CYP2C9) 유전형에 따라 필요한 약의 용량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유전자형을 알면 약을 더 적게 쓰고도 동일한 효과를 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유전자 정보를 통해 약물의 반응성과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경우 전체 환자의 75%에서 같은 약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특정 사람에게만 큰 효과를 발휘하는 맞춤형 치료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분석 기술을 보유한 테라젠이텍스(066700), 마크로젠(038290) 등이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테라젠이텍스는 2013년 설립한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메드팩토를 통해 개인 유전자에 맞는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분석해 특정 질병에서 다양한 정보를 밝혀내면, 메드팩토에서 이에 맞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식입니다.

현재 메드팩토는 비소세포폐암·대장암·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백토서팁’(TEW-7197)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미국 MSD의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는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가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하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발굴 등을 담당합니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는 “유전자분석은 바이오 정보를 IT(정보기술)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융합이 매우 중요합니다”며 “우수한 연구 인력과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가를 대거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바이오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로젠은 분당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과 폐암환자에게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알아내는 기술인 ‘차세대유전자분석기술(NGS) 기반 리보핵산(RNA) 분석법’을 개발해 지난달 1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습니다. NGS 장비로 폐암 환자에게서 암세포 증식을 돕는 ‘M2 대식세포’를 발견해, 이들에게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 암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의 일종인 ‘PD-L1’ 발현율을 지표로 삼고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가늠해왔던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 것입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NGS기반 RNA 분석법이 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선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젠큐릭스의 폐암진단키트는 특정 항암제가 환자에게 잘 맞는지 유전자를 분석해 알려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생아 유전질환 확인 검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크로젠이 일루미나에서 들여온 차세대유전자분석(NGS) 장비 ‘노바식 6000’(사진=마크로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