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3분기 이익 급감…R&D 투자 강화 영향

by강경훈 기자
2018.11.05 02:22:31

유한, 영업익 77% 감소…R&D 비용 23% 증가 탓
녹십자, MSD 도입 백신 공급 차질·CI 광고비 증가
한미, 마일스톤 줄자 영업익 23% 쪼그라들어
보령·부광 영업익 465% 696% 증가 ''서프라이즈''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때문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0.3% 줄어든 375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3억 79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7.3% 하락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실적의 큰 축인 원료의약품 수출이 9.6% 줄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 실적 하락은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의 판매량 감소 영향이 컸다. 이들 제품은 2013년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C형간염 환자 수가 급감했으며,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R&D 비용 증가도 수익성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에 R&D 비용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늘어난 298억원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은 내년 2분기에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3상을 계획하고 있다.

GC녹십자(006280)는 3분기에 매출 3523억원, 영업이익 279억 9500만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 33.3% 줄어든 수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외부에서 도입한 백신 상품들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글로벌 제약사 MSD의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을 판매한다. 가다실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고 조스타박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하면서 독점 구조가 깨졌다. 영업이익 축소에 대해서는 R&D 비용이 전년 동기보다 11.8% 늘어나는 한편, CI(기업이미지통합) 변경과 마케팅 비용 증가, 계열사 실적 부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미약품 역시 3분기 매출은 2352억 56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4억 9700만원으로 22.8% 줄었다. 한미약품은 주력인 ‘아모잘탄’(혈압약)과 아모잘탄패밀리,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 ‘로수젯’(고지혈증) 등이 안정적으로 팔렸고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약품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등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기술 수출로 인한 신약의 개발비(마일스톤)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수익이 큰 폭으로 발생한 반면 올해에는 마일스톤이 줄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또한 R&D 비용 증가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마일스톤 축소분 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종근당(185750)과 대웅제약(069620)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종근당(185750)은 3분기 매출 2349억 65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10억 3700만원으로 11% 줄었다. 종근당 관계자는 “해외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자가면역질환 신약 ‘CKD-506’ 외에 개발 중인 신약들이 임상 단계에 접어들면서 R&D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3분기 영업이익이 80억 3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4.7% 줄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이 충북 오송 신공장과 관련해 고정비가 증가하고 신규 도입한 품목의 마케팅 비용도 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선두권 제약사들의 수익성 하락은 R&D 투자 확대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더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결국 R&D 투자 확대가 답”이라고 말했다.

반면 체질 개선을 일구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제약사도 있다. 보령제약(003850)은 3분기에 매출 1215억 57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4%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억 5200만원으로 무려 465.16%나 증가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악성재고 물량을 지난해에 모두 해결했고 ‘트루리시티’(당뇨병), ‘프라닥사’(항응고제) 등 도입한 신약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카나브’(혈압약) 복합제 영향으로 향후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나브는 이미 2제 복합제 ‘듀카브’, 고지혈증 복합제 ‘투베로’ 등 패밀리를 구축했다. 이어 2022년까지 카나브 기반 복합제 5종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부광약품(003000)은 신약 후보물질 양도, 바이오벤처 지분 매각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부광약품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8.8% 늘어난 762억 66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696% 늘어난 295억 900만원이었다. 부광약품은 위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을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에 400억원에 양도했으며, 바이오벤처 안트로젠(065660)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