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IFA의 AI 승자는 `구글`..유일한 대항마 `삼성`
by양희동 기자
2018.09.04 05:30:00
美中 무역전쟁 가운데 중국업체 대거 구글 협업
''구글 어시스턴트'' 발표 2년여만에 막강 지배력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두뇌인 AI 플랫폼이 핵심"
|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이 열리고 있는 독일 ‘메세 베를린’ 정문 앞 입간판 옆으로 ‘Mach mal, Google(해봐, 구글)’이란 구글 어시스턴트의 광고판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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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오는 5일 막을 내리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의 주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Messe Berlin)’ 정문 왼쪽에는 ‘Mach mal, Google(해봐, 구글)’이라고 쓰인 대형 광고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시장 곳곳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및 협업 사실을 알리는 글로벌 업체들의 광고판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품에 적용한 참가업체의 홍보요원들은 ‘Google Assistant’라고 새겨진 옷과 모자를 쓰고 행사장을 여기저기를 하루종일 누비고 다닌다.
이번 IFA 2018의 화두가 AI라면 그 핵심에는 구글이 있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자체 부스를 마련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AI 플랫폼 등을 알리며, 파트너 확보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IFA 참가업체 중 구글 어시스턴트를 AI플랫폼으로 탑재한 곳은 50곳에 육박했다. 지난 2016년 5월 첫 발표된 구글 어시스턴트가 불과 2년여 만에 글로벌 가전업체의 AI 파트너로 확고한 위치를 점한 것이다.
중국업체들이 대거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중 양국이 대대적인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체 AI플랫폼 및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중국 업체들은 구글에게 AI 플랫폼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통일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IFA에서는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을 비롯해 화웨이,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레노보, TCL, 창홍, ZTE 등 중국 IT·전자업체 대부분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전시 제품에 적용했다.
반면 IFA에 참여한 가전업체 중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가진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사실상 한국 기업들 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빅스비(Bixby)’라는 자체 AI 플랫폼을 단독으로 TV 및 생활가전 등 전 제품 영역에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또 독자적인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저화질도 ‘8K(7680×4320)’급으로 화질을 개선하는 ‘AI 업스케일링’을 ‘QLED 8K’ TV에 적용, 압도적인 화질도 선보였다.
삼성전자 가전 부문을 총괄하는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은 이번 IFA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만큼 전 세계에서 많은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회사는 없다. 구글 등 미국 회사들이 AI 스피커를 내놓는 이유는 디바이스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그들은 5억개가 팔리는 디바이스가 없고 삼성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으면 서로 협력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AI 플랫폼을 가진 구글은 얼마든지 수많은 가전 업체들과 협력해 수억대의 디바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전 업체 입장에선 자체 AI 플랫폼이 없으면 구글 등 기술을 가진 쪽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위험이 크다.
김현석 사장은 이번 IFA 간담회에서 “AI 플랫폼은 두뇌이고 두뇌가 성장해야 팔·다리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은 AI 플랫폼을 가진 쪽이 쥐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